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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가재난사태 설정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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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989년 3월 알래스카주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에서 엑손사 소속 유조선 발데즈호가 선장 부주의로 사고를 냈다. 4000만L가 넘는 원유가 청정 바다에 고스란히 유출됐다. 미국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68년부터 ‘유류 및 유해물질 오염에 대비한 비상계획(National Contingency Plan)’을 수립해 놓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미 의회는 발데즈호 사고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90년 여야 합의로 유류오염방지법(Oil Pollution Act)을 제정했다. 먼저 미국 해안경비대와 환경보호청에 유류 사고 수습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94년엔 국가비상계획을 개선하면서 ‘유류 및 유해물질 유출로 인한 국가재난사태(SONS: Spill of National Significance)’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엑손 발데즈호 사고처럼 초대형 원유 유출 사고가 나면 이를 ‘SONS’로 선포하고 50여 개 정부 및 민간 기관이 종합 지휘통제본부를 구성해 사고 수습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이 매뉴얼에 따라 94년 이후 3년마다 해안경비대와 환경보호청 주재로 장소와 상황을 바꿔가며 전국 단위의 SONS(국가재난사태) 대응 훈련을 해왔다. 또 10억 달러의 기금도 설치됐으며 2005년엔 27억 달러로 확충됐다.

올해 6회째인 SONS 2010은 22~25일(현지시간) 메인주 포틀랜드시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자동차 운반선이 충돌해 6만9000배럴(1100만L)의 원유가 유출된 상황을 가정해 실시됐다. 초기 24시간 동안은 기상 조건 악화로 현장 접근이 불가능해 기름띠가 해안까지 퍼진 것으로 가정했다. 22, 23일 도상 훈련에 이어 24, 25일엔 실제 장비·인력을 투입해 재난 대응 능력을 점검했다.

SONS 매뉴얼엔 어떤 종류의 기름이 유출되면 어떤 유해물질이 나오고 이를 막는 데 어떤 방호복과 훈련이 필요한지에 대한 지침까지 꼼꼼하게 기술돼 있다.

2007년엔 미주리·테네시·아칸소·켄터키 주가 만나는 지역에 진도 7.7의 지진이 일어난 뒤 일리노이주 미시간 호수에 토네이도까지 겹친 상황을 가정해 훈련했다.

포틀랜드(메인주)=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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