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다시 몰아친 태풍, KCC 챔프전 진출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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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차전에서 KT가 전태풍을 잘 막아 이겼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조금 짜증났다.”

전주 KCC 전태풍(30·1m80㎝)의 복수극이었다. 전태풍을 앞세운 KCC가 2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2010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부산 KT에 71-67로 이겼다. 2승1패가 된 KCC는 1승만 보태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은 전태풍을 화두로 올렸다. KCC 허재 감독은 “전태풍을 활용할 새로운 공격 방법을 준비했다”고 말했고 전창진 KT 감독은 “2차전과 마찬가지로 전태풍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다. 대인 방어가 안 되면 지역 방어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두 감독이 이구동성으로 전태풍을 거론한 것은 이유가 있다. 전태풍이 맹활약(18점·9어시스트)한 1차전에서는 KCC가 승리했고 전태풍이 6점·4어시스트로 침묵한 2차전에서는 KT가 대승을 거뒀다.

전태풍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독하게 마음먹고 나온 전태풍은 초반부터 펄펄 날았다. 바람 같은 돌파와 정확한 외곽포로 KCC의 공격을 주도했다. 2차전에서 자신을 꽁꽁 묶었던 KT 가드 신기성과의 신경전도 볼 만했다. 전태풍은 1쿼터 3분49초를 남기고 신기성을 앞에 놓고 3점슛을 성공시킨 뒤 “봤어? 봤어?”라고 속을 긁었다. 2쿼터 중반에는 신기성의 블로킹을 피한 뒤 점프슛을 성공하고는 말없이 신기성의 얼굴을 쳐다봤다.

전태풍은 2쿼터까지 11점·4어시스트·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CC는 전반을 38-34로 앞섰다. 반면 신기성은 전반 7점·1어시스트에 그쳤다.

KCC에 위기도 있었다. 3쿼터 4분32초를 남기고 전태풍이 4반칙을 당해 코트를 물러난 것. 하지만 경기 전 “2차전 완패로 선수들이 독이 잔뜩 올라 있다”던 임재현의 말대로 KCC 선수들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전태풍이 빠졌지만 KCC는 아이반 존슨의 3점포와 강병현의 과감한 돌파로 57-47, 10점 차로 앞선 채 3쿼터를 마쳤다.

4쿼터 들어 KT가 힘을 냈다. 딕슨과 신기성·김영환이 번갈아 림을 갈랐다. 경기 종료 3분57초를 남기고 KT는 63-56, 7점 차로 추격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자 다시 전태풍이 나섰다. 전태풍은 두 차례 가로채기를 성공하며 KT의 흐름을 끊더니 2분53초를 남겨놓고 직접 2점슛을 성공시키며 68-58, 다시 KCC에 10점차 리드를 안겼다.

KT는 67-70으로 추격한 경기 종료 직전 조동현이 회심의 3점슛을 던졌지만 림을 빗나갔다. 전태풍은 17점·6어시스트·3스틸을 기록했고 KCC 테렌스 레더는 18점·13리바운드를 올렸다. 두 팀의 4차전은 27일 오후 6시 전주에서 벌어진다.

전주=김종력 기자

◆ 플레이오프 3차전 전적

KCC (2승1패) 71-67 KT (1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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