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삼성코닝 수원공장 안영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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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족관과 공장.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 둘을 조합해 '수족관을 갖춘 공장' 을 만든 사람이 있다. TV 브라운관용 유리를 만드는 삼성코닝 수원공장 안영근(安英根.33.?.제조기술파트)씨.

그가 처음으로 공장에 관상어 수족관을 설치한 것은 1999년. 뜻밖에 직원들의 호응이 커 지금은 어항 10여개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공장 안에 온도가 섭씨 70도가 넘는 곳도 있고 소음이 1백㏈(데시벨)에 이르는 등 근무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날카로워지더군요. 어떻게 분위기를 바꿀까 고민하다 취미를 살려 시범적으로 컨트롤 룸에 수족관을 설치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어요. "

수족관은 공장에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우선 관상어를 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 정서적 여유를 얻은 직원들의 업무 능률도 올라갔다. 또 수족관은 공장 내 공기를 정화한다.

10년 전 금붕어 등을 키우던 그는 특별한 이유 없이 물고기가 자꾸 죽자 혼자 책을 찾아보는 등 물고기 공부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96년 경기대 환경공학과에 입학했을 정도로 그의 물고기 사랑은 각별했다.

그가 물고기를 키우는 매력으로 첫손에 꼽는 것은 바로 '모성애' 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알을 낳으면 사흘간 쉬지 않고 지느러미로 부채질을 합니다. 알이 있는 곳에 물이 고여 곰팡이가 생길까봐 그러는 거예요. 알이 깰 때쯤 되면 1백여개를 일일이 씹어줍니다.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죠.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알을 돌보는 어미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

공장과 집에 있는 수족관 30여개를 매일 관리하고 있는 그는 "물은 자정능력이 있어 설치만 잘 하면 한 달에 한 번만 청소해도 충분하다" 며 "수족관 관리는 생각만큼 번거롭지 않다" 고 말했다. 수족관 업자도 질문을 해올 정도로 전문가인 그는 컴퓨터 통신 모임인 '물사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물과 고기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청계천 열대어 상가를 함께 찾거나 회원 집을 방문해 어항청소를 돕는다. 회원들끼리 새끼도 분양한다. 지난해 결성한 사내 모임 '아쿠아리움' 도 이끌고 있다.

그는 "물을 보면 편안해진다" 며 "더 많은 사람이 물고기 키우는 재미를 알게 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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