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애널리스트들 경기바닥 논쟁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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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증시 애널리스트들 사이에 경기바닥 논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4분기께 경기가 바닥을 지나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지만, 2분기 중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낙관론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보통 주가 움직임은 경기 흐름보다 3~6개월 앞서간다.

만약 경기가 2분기인 지금 바닥을 지나고 있다면 주식시장은 이미 대세 상승국면에 들어섰다는 얘기가 된다. 당연히 주식매수에 적극 나서야한다. 하지만 연말께가 경기 바닥이라면 좀 더 싸게 주식을 살 기회가 앞으로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 "2분기 바닥 통과 중"=현대증권은 17일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현재 경기수축기의 말미인 불황국면에 있고 3분기부터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 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증권은 ▶재고 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신뢰지수 등 체감 경기지표가 꾸준히 상승해 머지않아 가계소비와 기업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이 강력한 금리인하 정책을 편 결과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특히 우리 수출경기와 밀접한 미국의 전기전자 산업재고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 점을 주목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지난해 8월 정점을 통과한 경기가 1년도 안돼 바닥을 벗어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재고조정 속도가 빨라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삼성증권도 최근 '하반기 증시전망' 보고서를 통해 2분기 현재 경기저점을 지나고 있거나 이미 지난 2~3월 지났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4분기까지 기다려야"=최근 주가가 오르자 아전인수격으로 경기상황을 이해하려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대우증권 신후식 수석연구위원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4%대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2분기.3분기 성장률은 오히려 낮아질 공산이 크다" 며 "수출이 계속 줄고 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라고 지적했다.

굿모닝증권 이성권 연구위원도 "1분기부터 막 시작된 재고조정이 2분기에 마무리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며 "과거 경기사이클을 보면 재고조정에 평균 4분기가 걸렸다" 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미국 경기가 3분기께 회복국면에 들어서면 한국은 시차를 두고 수출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연말이나 내년 초쯤 회복세를 나타낼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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