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교도소 월드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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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팩스로 보내온 편지 한 통. 자유.평등.화합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교도소 월드컵' (사진)을 개최하자는 제안이다. 한국 대표로 뽑히기 위해 원주교도소는 감형, 일주일 특박 등의 포상을 내걸고 부랴부랴 축구팀을 구성한다.

9년째 복역 중인 사형수 빵장(정진영), IQ 1백50의 공갈 협박범 질문(조재현), '별' 아홉 개인 사기꾼 꼰대(김일우), 육두문자의 달인 개심통(장두이), 동물원 물개의 해구신을 잘라먹은 절도범 굴뚝(전철우), 종교단체 전문 털이범 종교(송영탁)등 17명으로 구성된 오합지졸 '희망팀' 이 꾸려진다.

'골(Goal)때리는 영화' 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 교도소 재소자들이 벌이는 소동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사실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랩을 방불케 하는 빠른 대사, 축구장에서 한꺼번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선수들, 골대에 머리를 부딪치고도 웃는 골키퍼 등 영화는 만화에서나 볼 듯한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황제 펠레가 나왔던 존 휴스턴 감독의 '승리의 탈출' (1981년)을 생각나게 하지만 지향점은 서로 다르다. '승리…' 이 나름대로 관객의 '감동' 을 노렸다면 '교도소…' 는 오직 관객 웃기기에 매달린다.

'편하게 봐달라' 고 유화책을 쓰는 방성웅 감독의 썰렁한 웃음 코드에 느낌이 통한다면 손뼉을 쳐가며 웃을지도 모르지만 작품을 뜯어보면 이런저런 '한계' 가 엿보이는 영화다.

뚜렷한 주연 없이 17명의 배우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는 바람에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빵장과 그의 아내의 어정쩡한 멜로가 삽입된 것도 어색하다. 또 대사가 너무 빠르고 효과음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돼 관객의 집중력을 해친다. 19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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