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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내 맘대로 베스트 7] 특별한 ‘쌍둥이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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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7 ‘엽기적인 그녀’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반복 등장하는 어느 배우를 발견할 수 있다. 2004년에 타계한 고 김일우 선생. 차태현이 전지현을 업고 들어간 여관엔 ‘다섯 쌍둥이 탄생’ 신문 기사가 걸려 있는데, 그들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가 돼 영화를 지킨다. 지하철 역무원부터 여관 카운터 직원까지. 기회 되면 한번 찾아보시길.

6 ‘데어 윌 비 블러드’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괴물 같은 연기만 봤다면, 입장료의 절반은 버린 셈이다. 일란성 쌍둥이 폴과 엘라이 역을 맡은 폴 다노. 데이 루이스를 압박할 정도로 위협적인 엘라이에게 급소가 있다면 폴에 대한 열등감인데, 그곳을 찔린 엘라이는 결국 어린 소녀처럼 눈물을 흘린다.

5 ‘붙어야 산다’

저열한 유머의 달인들인 패럴리 형제. 그들이 샴쌍둥이 캐릭터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장애인 비하’의 우려가 상당했지만,

'붙어야 산다'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며 그들의 ‘붙은 몸’은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한다. 데이트와 섹스에도 아무 불편을 못 느끼는 샴쌍둥이. 작업 고수와 숙맥이 한 몸이라는 게 흥미롭다.

4 ‘트윈스’

유전공학 실험의 결과, 우성인자만 모아 태어난 줄리어스와 열성인자의 집합체인 빈센트. 분리돼 성장한 그들은 어른이 돼 다시 만난다. 한쪽이 ‘몸짱’이 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다른 쪽이 대머리라는 설정은 조금….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대니 드 비토가 형제로 등장한다.

3 ‘어댑테이션’

시나리오 작가인 찰리 카우프먼은 자신의 분신을 영화 속에 등장시킨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역할을 맡은 찰리 카우프먼은 온갖 콤플렉스 덩어리. 반면 그의 쌍둥이 동생 도널드는 유들유들하고 사교적이다. 카우프먼에게 실제로 쌍둥이 동생이 있는 건 아닌데,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신봉자이며 외향적인 도널드를 통해 일종의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일지도.

2 ‘데드 링거’

마커스 형제는 쌍둥이 산부인과 의사. 지나칠 정도로 일체감을 느끼는 그들은 급기야 한 여성을 공유하게 된다. 여자를 가운데 놓고 앞뒤로 선 형제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함의 극치. 제러미 아이언스의 음산한 카리스마가 관객을 ‘두 배로’ 축축하게 적신다.

1 ‘아바타’

원격조종이 가능한 생명체 ‘아바타’와 제이크(샘 워싱턴·사진). 그들은 주종 관계라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쌍둥이들이다. 한쪽의 핸디캡은 새롭게 태어난 형제에 의해 극복되고, 인류와 나비족이 공생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드러낸다. 제이크가 나비족의 정신과 육체에 점점 융화되며 그들의 형제가 되는 과정은, 이 영화의 테마인 ‘교감’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부분. 제이크와 아바타는 하나의 존재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김형석 영화 칼럼니스트 mycutebi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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