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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시시콜콜] 영화·드라마 속 가정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2면

1960~70년대만 하더라도 ‘부잣집 식모살이’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동생들을 공부시키고 가난한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많은 맏언니, 10대 소녀들이 ‘식모’가 됐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주요 배역이었다.

이들은 자기희생적인 억척 또순이거나 낮은 신분으로 핍박당하고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약자, 혹은 반대로 스스로 어린 육체를 무기 삼아 신분 상승을 꿈꾸는 유혹자, 에로티시즘의 상징이었다.

66년 영화 ‘초우’는 자신을 부잣집 딸이라고 속인 식모(문희)가 정체가 들통 나서 남자에게 버림받는 내용이다.

산업화기 젊은 여성의 파멸을 그린 ‘영자의 전성시대’(75년)에서 영자는 버스안내양·식모를 전전하다 창녀로 전락한다.

임상수 감독이 40년 만에 리메이크 중인 김기영 감독의 ‘하녀’(60년)는 중산층 가정의 평화를 깨는 위험한 타자 식모 이미지의 대표적 영화다. 하녀는 주인집 남자를 유혹해 임신하고 결국 부인 자리를 빼앗는다.

임 감독은 새 버전 ‘하녀’에서 식모(전도연)를 부인(서우)보다 나이 많은 설정으로 바꿨다.

경제개발기의 대표적인 여성 노동자였던 식모들은 이후 현실 속에서 사라진다. 역할은 시간제 가사도우미 파출부로 대체됐다. 연령도 높아졌다. 이제 TV 드라마에서는 이름 모를 재연배우급 중년 탤런트들이 맡아 극 중 가정의 재력을 보완하는 장치에 그친다.

아주 비현실적이지만 일부 드라마에서는 처지가 다른 남녀를 한 공간에 묶어 관계를 진전시키는 설정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풀하우스’의 송혜교,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최진실이 가정부 역할을 했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도 잠깐 동안 재벌 이민호 집에 가정부로 취직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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