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폐 제조기술·기는 위폐단속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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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위폐를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도입해 신권을 만들어내는 각국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위폐 범죄조직은 그때마다 정교한 기술을 개발해 진짜 화폐와 똑같은 위폐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위폐 방지를 위해 대폭 개조한 1996년형 신권 1백달러의 위폐가 99년 4월 국내에서 발견된 것만 봐도 3년 내에 신권과 똑같은 수준의 위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위폐 제조기술은 저급과 중급.슈퍼노트 등 세가지로 나뉜다.

저급은 손으로 그린 수준으로 누구나 유심히 보면 알 수 있지만 중급만 돼도 스캐너나 옵셋 인쇄를 이용해 은행에서 외국 돈을 오랫동안 취급해본 직원들이 유심히 관찰해야 알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위조지폐 범죄단이 1백20만달러 상당의 위조지폐를 이 방식으로 제조했다가 경찰에 적발돼 본격적인 외화 위폐 생산국 대열에 들어섰다. 당시 압수된 위폐는 일반인이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정교한 수준이었다.

슈퍼노트는 특수인쇄기(요판 인쇄기)를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일반 지폐와 거의 똑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요판 인쇄기는 기계값만 7백억원 상당이기 때문에 외국의 위폐 전문 제조단만이 제작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위폐 감식기를 제조해 이 기술을 인터폴로부터 인증받은 천세익(千世翼.39)사장은 "최근 외화 위폐 대부분은 요판 인쇄기로 제작된 초정밀 위폐(슈퍼노트)" 라며 "미세하게 인쇄된 비표(microprinting)나 숨은 그림(watermark)까지 복제해내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외화 위폐 전문 감식기는 88올림픽 전후 도입된 구형이라 이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지적했다.

위폐 감식 전문가인 외환은행 서태석(徐太錫)과장도 "대부분의 은행과 관광업소 등이 위폐 식별법을 잘 알지 못해 월드컵 전에 대대적 교육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 "특히 외환자유화 이후 신고만 하면 별도 교육 없이 설립 가능한 환전소의 경우 범죄 조직이 이용할 가능성이 커 대책이 절실하다" 고 지적했다.

전진배.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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