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울산 지하 가스관 '구멍' 발밑이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 11일 낮 울산시 남구 매암동 현대모비스 앞 도로 일대는 유독성 암모니아 가스가 퍼져 인근 공장 근로자들이 고통을 겪었다.

남구 장생포 제3부두 탱크터미널에서 부곡동 동서석유화학으로 연결된 도로 지하에 묻힌 7.2㎞(지름 1백㎜)의 가스관이 터졌기 때문이다.

동서석유화학은 가스공급을 중단하고 사고지점 부근 땅속에 묻힌 배관에 내시경 검사기를 투입해 누출 부분을 찾고 있으나 14일까지 사고 지점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울산 ·온산공단이 지하에 묻힌 각종 배관 자재들이 노후화되면서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위험 지대로 변하고 있다.

화학원료 ·원유 ·전기 ·통신시설물 등의 낡은 관이 난마처럼 얽혀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돼고 있는 것이다.

울산 ·온산공단 1천9백여만 평에 묻혀있는 원유 ·고압가스 ·위험물 수송관은 2백20개로 길이가 7백38㎞나 된다.

이중 벤젠 ·프로필렌 계통의 석유화학 원자재 40여 가지를 보내는 위험물 수송관(1백2개)도 2백90여㎞(40%)에 이른다.

30여 개는 묻힌 지 20년이 넘고 16개(길이 13㎞)는 묻힌 통로조차 확인되지 않고있다.관의 부식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전기방식테스트 장치를 달지 않은 관이 1백90㎞(23가닥)로 65%나 된다.

수소 ·프로필렌 ·암모니아 등 고압가스관 4백48㎞도 대부분 도로 가장자리에 묻혀 각종 굴착공사 때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회사측은 1978년에 묻은 관이 다른 회사에서 송유관 ·원료수송관 등을 묻을 때 흠집이 생긴 뒤 부식돼 가스가 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3월 말에는 이 곳에서 1㎞쯤 떨어진 남구 여천동 삼미특수강 앞 4거리의 맨홀에서 수소가스가 누출돼 화재가 발생하는 등 울산 ·온산공단 지하 가스유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공단 관계자들은 그러나 공단에는 이들 관을 관리할 전담부서가 없다.국가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공단조차 “공단지역 지하배관을 관리할 인력 ·장비가 없다”며 나 몰라라 하고있다.

울산시도 “지방자치단체가 국가공단을 관리할 권한과 책임이 없기 때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손을 쓸 수 없는 실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하 매설물은 위험물 종류에 따라 가스안전공사 ·한전 ·도시가스 ·소방본부 등이 따로 관리해 효율적인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산시 유효이(柳孝二)기획실장은 “울산 ·온산공단지역의 지하배관 안전검사와 관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해 국무총리실에서 종합관리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허상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