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4일 상 · 하원 총선 일제히 실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필리핀 정국의 향방을 판가름할 중간선거가 14일 오전 7시(현지시간) 필리핀 전역 23만8천여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전체 인구의 47%인 3천6백만 유권자가 참가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24석 가운데 13석을 포함해 하원 지역구 2백9석(비례대표 53석 별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1만7천여명을 뽑는다.

이 중 주목되는 것은 지난 1월 집권한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상원의원 선거의 결과다. 아로요가 개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원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번 상원선거에는 지난 1일 발생한 마닐라 폭동사태 배후조종 혐의로 체포령이 내려진 현직 야당 상원의원 세명과 전 경찰청장,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부인 루이자 등이 출마했다.

여론조사에선 아로요의 집권당이 상원의석 중 여덟석을 무난히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마닐라의 정치평론가들은 "과반 의석수 확보뿐 아니라 후안 폰세 엔릴레 상원의원과 판필로 락손 전 경찰청장 등 체포령 명단에 속한 인사들이 한명도 선출되지 않아야 아로요가 진정으로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 필리핀 선거법 규정은 상원의석은 전국 투표의 지지율로 선출하도록 돼 있어 이들의 당선은 무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다 당선권 밖에 있던 에스트라다 부인도 마닐라 폭동사태 후 지지율이 급속히 높아져 당선 여부가 큰 관심거리다. 아로요로선 이들이 당선할 경우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국을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아로요는 이를 의식해 선거 전날 에스트라다의 주요 지지층인 빈민가 지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체포령이 내려진 인사들에게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검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에스트라다에게 자신의 선거구인 산 후안에서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유화책으로 득표율 확보에 나섰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로요의 이런 행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2일 마르샬 푼잘란 하원의원이 총에 맞아 암살당하는 등 선거폭력으로 벌써 64명이 사망한 가운데 잠시동안이라도 에스트라다를 풀어주는 것은 다시 한번 지지자들을 자극해 폭력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필리핀의 상원 임기는 6년으로 3년에 한번씩 의석수의 절반을 새로 뽑는다. 올해는 테오피스토 긴고나 부통령의 의원직 사퇴로 평소보다 한명이 많은 13명을 선출한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