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강국 벽돌' 쌓는 하노이 · 호치민 현지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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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하노이.호치민=최형규 기자]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중심부에 위치한 호치민 기념관. 국부(國父)의 이름을 따서 지은 3층 건물엔 호치민 생전의 유품과 사진, 강연자료가 가득하다. 이곳 2층을 오르면 딱 하나 호치민과 전혀 관계없는 커다란 사진 한장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베트남국영 정보기술(IT)센터가 개발에 성공한 8개 무선통신기술이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인증을 받은 사진이다.

지난 3일 오후 이곳을 찾았을 때 현지 학생 수백명이 안내원으로부터 사상학습을 받고 있었다.

- 국부기념관에 웬 통신업체 사진이 있나(라우 티 투엣나.하노이대 경영학부3년).

"국부 사상의 기본은 나라를 강하게 해 인민들이 편하게 살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는 정보통신 시대이고 이 기술로 국가를 강하게 하자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IT기술의 상징적인 사진을 내걸었다. " (기념관 홍보요원.담 티우)

하루 전인 2일, 인구 7백만의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옛 사이공) 벤탄시장 건너편에 위치한 시누 인터넷 카페.

화학회사에 다닌다는 람 카이밍(22)은 이틀에 한번꼴로 이곳에 들러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기고 미 CNN방송 사이트를 검색한다.

세계 최신 정보에 뒤지지 않고 게임으로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다. 올해 그의 꿈은 PC를 구입하는 것. "지난 3년 동안 월급의 3분의1에 해당하는 26만동(약 2만6천원)씩을 모았습니다. 연말이면 중고 컴퓨터 구입은 가능할 것 같아요. "

1999년부터 하나둘씩 생겨난 인터넷 PC방은 지난해 호치민에만 3백여개로 늘었고 올해는 5백개를 넘을 전망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4백달러. 우리의 70년대 초반에도 못미치는 경제규모지만 베트남의 IT열기는 뜨겁다.

지난해까지 5년간 IT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45%가 이를 대변하다. 현재 IT시장 규모는 7백40만달러로 하드웨어분야가 82%를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분야 8%, 데이터전송 분야와 소프트웨어 분야가 각각 5% 정도다.

베트남의 통신분야는 92년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 연평균 30%대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무선통신 이용자는 4월말 현재 80만명인데 이중 40% 가까운 30만명이 지난 한해 동안 가입했다.

인터넷 이용자도 지난해 10월 8만5천명에서 연말에는 10만명을 기록, 두달 새 18%가 늘어나는 초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통신연맹(ITU)은 지난해 베트남이 전세계 통신분야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10개국 중 하나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개인용 컴퓨터 판매도 급증세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판매된 컴퓨터는 13만2천대로 전년도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IT 열기 이면에는 정부의 야심찬 IT정책이 버티고 있다. 베트남정부는 97년부터 IT인프라구축을 천명하고 99년말 초당 2.5기가바이트 데이터전송이 가능한 광디지털시스템을 기간망으로 구축했다. 또 태국과 홍콩 등 주변 6개국을 해저 및 육로 광케이블로 연결했고 무선통신용으로 전국에 GSM 통신시스템 망을 깔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0월에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동아일렉콤 등 국내 3사를 끌여들여 베트남 제2위 통신사인 사이공포스텔과 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기술협력계약을 했다.

현재 베트남이 채택하고 있는 유럽식 GSM방식에 미국식 CDMA 방식을 추가해 경쟁을 유도하면서 이른 시일내 무선통신시대를 열겠다는 포석이다.

SK텔레콤 이학희 베트남지사장은 "이미 베트남 체신부와 국방부 등 12개 관계부처가 승인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달 초면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T발전에 장애도 많다. IBM베트남지사장인 압둘 라만은 "베트남 e-비즈니스의 가장 큰 단점은 통신비가 너무 비싸고 금융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것" 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사업시행까지의 의사결정이 느린데다 소득수준이 낮아 구매력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트래 만 훙 베트남체신부차관은 "지금은 성장초기단계지만 지난 86년부터 시작된 도이모이정책(개방정책)의 결실이 IT에서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며 "통신강국으로 부상하기위해 개방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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