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십 ‘캥거루 케어’와 조루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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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문화의 뚜렷한 차이 중 하나는 신체접촉에 대한 것이다. 동양은 TV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애정 신이 어색한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아마도 교우관계 때부터 신체접촉(body touching)의 문화가 없었다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곽대희의 性칼럼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을 강조한 유교적 윤리가 강한 나머지 민초들의 삶을 너무 억압했던 탓일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학을 공부하는 의사들은 그런 접촉의 감각을 소년시절부터 익혀두는 것이 성년이 된 이후 부부생활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

임상 경험을 통해 연인이나 부부에 국한하지 않고, 애정을 가지고 상대방의 살갗에 접촉하는 것으로서 서로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피부감각을 통해 얻는 정신적 정온작용은, 육아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체험을 통해 그 심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체험은 출산에서 조우한다. 제왕절개수술 때 의사들의 손놀림을 따라 들려오는 금속성 기계음이나 수술 팀 사이의 사소한 대화 내용까지 귀에 들린다는 사실이 환자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경우에 마취의사가 환자의 손을 꼭 쥐고 체온을 느끼게 해 주면 거의 모두가 심리적 안정을 회복한다.

애정을 가지고 상대를 피부로 접촉감을 느끼게 만드는 노력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환자와 의사 사이라도 서로 정신적 동요를 막고 안정을 도모하는 데 긍정적 도움을 준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출산 후 모친의 벌거벗은 가슴 위에, 산도를 통과하면서 묻은 혈흔을 닦아내지 못한 신생아를 엎드리게 하는 ‘캥거루 케어’가 성행 중이다.

이 특수한 방법은 1979년 콜롬비아에서 저체중 신생아가 출생했을 때 아직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이 부족한 저체중 신생아들을 모체에서와 동일한 조건에서 보육하기 위해 이용하는 인큐베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콜롬비아 의료계가 모체의 체온으로 신생아를 보온하려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아낸 비상수단이었다.

이 방법으로 저체중아의 생존율이 개선되었을 뿐 아니라 모자의 접촉이 애착 형성을 유도해 유아방기(育兒放棄)가 현저하게 감소되는 등 망외의 소득이 많았다. 그 후 유니세프가 저체중아 보육방법으로 권장하는 것이 이 ‘캥거루 케어’라는 스킨십 이용법으로 현재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신생아 관리법이다.

다쳤거나 넘어졌을 때 큰 소리로 울던 아기가 모친의 손이 닿는 순간 울음을 그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아기의 육아과정에서 갖는 보편적 경험들이다. 그만큼 어머니의 손은 마치 마술 같은 효력을 발휘해 통증을 멈추게 해준다.

그래서 생긴 말이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것인데, 이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청년기에는 남녀가 서로 손을 잡았을 때 행복감을 만들어내 사랑을 꽃피우게 하는 피부감각의 신비현상이 일어난다. 남자들의 약 23%가 겪는 조루증이라는 병도 사실은 어렸을 때 이 피부감각을 확실하게 익히지 못한 교육 부재에서 접촉의 신경생리가 불안정해 생기는 병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스킨십에 긴장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능하면 유년시절부터 스킨십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받는 것이 유익하며, 그것은 포옹이나 볼 비비기 등 유럽인의 생활행동을 모방하는 새로운 애정표현에 익숙해지는 것으로서 간단히 이뤄진다. 그리고 그것이 아내가 좋아하는 적극적인 애정표현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란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10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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