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선 병실 비우라는데 … 애타는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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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속 중 도주 차량에 치인 김지훈 상경이 서울 일원동 삼성의료원 병실에 누워 있다. 김 상경의 어머니 편경금(왼쪽)씨는 하루 종일 아들의 병상을 지키며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얼른 제대하고 돈 벌어서 집 사줄게, 우리도 행복하게 살자.”

그의 꿈은 직업 경찰관이 되는 것, 그리고 평생 남의 집살이를 했던 엄마에게 ‘내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 아들이, 100일이 넘도록 엄마를 알아보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서산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던 중 도주 차량에 치였다. 옷이 차 바퀴에 끼인 채 700여m를 끌려가면서 전신의 피부가 벗겨지고 뇌의 절반이 손상됐다. 충남경찰청 2중대 소속 김지훈(21) 상경의 얘기다. <본지 1월 13일자 14면>

사고 후 지금까지 김 상경의 의식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의 수술 끝에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넘겼지만 더 이상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 그를 치료해 온 서울 삼성의료원은 최근 가족에게 다른 병원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다른 환자를 위해 병실을 비워달라는 것이다.

김 상경의 꿈이 갈 길을 잃은 가운데, 법원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을 내렸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당시 음주 차량을 운전했던 남모(43)씨에 대해 지난 18일 징역 1년6월형을 선고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 권순철 부장검사는 “살인미수 혐의 적용을 생각해 봤 지만 고의적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보험금 지급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할 경우 그의 자동차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고, 김 상경도 치료비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권 검사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보상과 치료비 해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과 의학의 한계 앞에서, 고통은 부모의 몫으로 남았다. 김 상경의 어머니 편경금(45)씨는 지금도 아들 앞에서 매일 운다. “화상으로 눈꺼풀이 사라진 오른쪽 눈, 뜨긴 하지만 초점이 없는 왼쪽 눈, 그 눈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져요. 지훈이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요.”

글=김진경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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