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자유무역협정…이득 저울질 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최근 주요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4차 협상을 마친 상태다.

정부는 우리와 산업.계절적 보완 관계가 큰 칠레와 우선 협정을 맺고 미국→네덜란드→태국→일본 등의 순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과의 협정이 어느 정도 진척했는지 알아본다.

◇ 17일 미국 공청회〓국내외 기업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다. 미국과의 교역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논의는 1998년 한.미 양자간투자협정(BIT)을 계기로 시작됐다. 올초 미 상원 재무위원회가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9월 말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해 실무 차원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ITC는 오는 17일 미국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 품목인 섬유 및 의류와 수출 경쟁력을 가진 화학.플라스틱.철강.기계.장치산업에서 교역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농산물 및 서비스 부문에 대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두나라 정부는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저울질만 하는 처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국경제인엽합회 관계자는 "미 상원이 오는 9월 관련 법안을 제출해도 정부에 환기를 촉구하는 정도일 것" 이라며 "양국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어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칠레와의 협정은 농업 부문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국이 사과와 배를 자유무역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하자 칠레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는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겨울철(12~4월)에 44.5%의 계절관세를 적용하고 매년 4.4%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춰 10년내 철폐하는 방안을 놓고 의견접근을 하고 있다.

칠레는 자동차.냉장고.컬러TV.에어컨 등 가전제품 시장개방에 소극적이어서 의견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초 5차 협상을 벌이기로 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칠레 개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나라는 이 안에 합의해도 국회비준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갈 길은 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정인교 박사는 "국내 산업의 특성상 협정이 체결되면 농축산업 부문의 피해와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최종 타결까지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움이 클 것" 이라고 말했다.

◇ 재계차원에서는 활발한 논의〓일본의 경우 98년 한.일 통상장관회담 때 민간 차원의 공동연구에 합의했으며, 오는 8월 일본과 관련 실무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한.일 재계회의에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두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한국은 협정을 체결하면 일본에서 30억달러의 직접투자가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당장 대일 무역적자폭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해 고민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농산물.가공식품.의류.피혁제품에서 한국이 유리하지만 자동차.금속제품.화학.철강 등은 불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경련의 배명한 아주협력팀장은 "최근 일본 교과서 파문으로 한.일간 국민감정의 골이 깊어져 자유무역협정을 실제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 이라며 "향후 10년내 성사되기 어렵다는 비관적 견해도 있다" 고 말했다.

재계는 태국.네덜란드와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나 그야말로 검토단계다.

김시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