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윈-윈전략 주내 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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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9일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2개 전장(戰場) 동시 승리 전략' (윈-윈전략)을 폐기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시하는 내용의 새 국방전략을 최종 보고할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25일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21세기에 접어들며 우리가 가져야 할 비전' 이라는 주제의 연설에서 새 국방전략을 공식 발표한다. 럼즈펠드는 새 국방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취임 후 20개의 소위원회를 운영해 왔으며, 이번 정책은 4년 주기 국방태세 보고서(QDR)에도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미국의 윈-윈전략 폐기는 미 육.해.공군 전력의 재편.재배치는 물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주둔 미군병력 규모와 전력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아시아의 분쟁 예상지역은 대부분 주위에 바다를 둔 곳이어서 미국이 이 지역에 군사력을 집중한다는 것은 지상군보다 공군.해군력을 늘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지상군 중심의 주한미군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래 동아시아 주둔 미군병력의 10만명 체제를 유지해왔다.

새 국방전략은 냉전 종식 후의 정세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보다는 중국이 미국의 이익에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을 주요 전략지역으로 삼을 것을 예상한 듯 지난 2월 아시아 지역 방위를 목표로 한 군사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부시의 감세(減稅)정책에 발맞추면서 새 미사일방어(MD)계획 구축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전력의 감축과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다. 부시는 MD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의 육상시스템 외에 막대한 예산이 드는 해상.공중.우주시스템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전략에는 첨단장비를 늘리고 부대를 소규모화해 원거리 분쟁 대응능력을 증강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럼즈펠드는 새 전략을 바탕으로 곧 2002년도 국방예산안을 의회에 낼 예정이지만 군사력 재배치 등의 핵심적 변화는 2003년께 이뤄질 전망이다.

◇ 윈-윈(Win-Win)전략=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으로 중동과 한반도에서 동시에 분쟁이 일어나더라도 모두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91년 걸프전 당시 딕 체니 국방장관(현 부통령)과 콜린 파월 합참의장(현 국무장관)이 '군전략 검토보고서' 에서 처음 제기해 93년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의 군사전략으로 구체화했다.

당초 이 전략은 중동지역에 비중을 두었지만 94년의 '국방기획지침서(DPG)' 는 '핵 위기' 속의 한반도에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두기도 했다. 97년 5월 미 국방부는 QDR를 통해 이 전략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99년 코소보 사태에 따른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력 공백 우려와 러시아에 대한 재평가로 최근 이 전략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미사일방어(MD)=부시 행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포괄적 미사일 방어 계획. 미국 본토 방어용 국가미사일방어(NMD)와 동맹국 및 해외주둔 미군기지 방어를 위한 전역미사일방어(TMD)계획을 사실상 통합했다.

이상언.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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