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국도 21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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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21호선 천안~아산 구간 중 호서웨딩홀 앞 도로. 왕복 4차로가 군데군데 보수공사를 해 누더기처럼 보인다. 공사는 대부분 도로가 파여 웅덩이가 생긴 곳에서 이뤄졌다.

천안과 아산을 잇는 국도 21호선. 왕복 4차로의 8차로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이르면 올해 말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운전자들은 이 구간을 지날 때마다 아찔하다고 한다. 어느 곳에 웅덩이가 파여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매일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웅덩이가 생겨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1 천안에 직장을 두고 있는 박상희(38)씨. 아산 풍기동이 집인 박씨는 매일 국도 21호선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박씨는 그동안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도로 곳곳이 움푹 파여 급정거하거나 급하게 운전대를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파인 곳을 지나다 차량이 부서진 적도 세 번이나 된다. 7.4㎞ 구간에 파인 곳은 100여 곳. 박씨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임시방편으로 땜질하고 있지만 사고위험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국도 21호선 천안~아산 구간 중 KTX천안아산역 부근 우회도로가 깊게 파여 사고위험이 높다.

#2 택시기사 김은태(44)씨. 김씨는 야간에 천안에서 아산가는 손님이 달갑지 않다. 국도 21호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개가 많이 끼고 도로상태가 나빠 택시기사들 사이에선 ‘마(魔)의 구간’으로 불린다. 지난달 말 자정쯤 손님을 태우고 아산으로 가다 타이어가 펑크 났다. 차가 크게 흔들리고 중앙선을 침범했다. 반대편에서 차가 달려왔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원인은 30㎝ 가량 파인 웅덩이였다.

왕복 4차로의 국도 21호선이 완공된 것은 1986년. 국도 21호선은 단순히 천안~아산을 오가는 도로를 넘어 충남 북부지역에서 서남부지역을 연결하는 동맥 역할을 한다. 하루 평균 7만5000여 대의 차량이 이 도로를 이용할 만큼 천안·아산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연결고리다. 하지만 이 도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보수공사를 한다. 기존 도로 옆에선 확장공사도 진행 중이다. 한 개의 도로에서 두 가지 공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공사는 대부분 함몰된 부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눈 뜨고 나면 새로운 웅덩이가 생겨날 정도로 도로가 부실해 운전자들은 제 속도를 내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안개가 낀 날에는 시야확보가 어려워 웅덩이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몇 건씩 추돌사고가 발생하거나 단독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초보운전자들은 웅덩이를 발견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사고발생 위험이 더 높다.

운전자들 “아찔한 곡예운전” 하소연

지난 5일 오후 7시. 천안에서 아산구간을 본지 취재차를 이용해 달려봤다. 파손된 곳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천안 신방동 삼거리에서 KTX천안아산역 방향 우회도로와 배방읍 세광아파트 앞, 호서웨딩홀을 거쳐 아산 초입 외곽도로까지 7㎞ 구간을 지나는 동안 20여 개의 크고 작은 웅덩이가 발견됐다. 왕복구간까지 합치면 30여 개가 넘었다. 작은 것은 지름 20㎝, 깊이 10㎝ 가량이었고 큰 것은 지름이 30㎝나 넘는 것도 있었다. 지름 30㎝의 웅덩이는 웬만한 차량이면 바퀴가 빠질 정도로 크다. 차선 가운데는 물론 중앙분리대 부근와 갓길까지 위치도 다양했다. 앞서 가던 차량들이 급하게 핸들을 꺾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열흘이 지난 15일 오후 2시. 같은 구간을 다시 살폈다. 대부분 웅덩이의 보수공사가 마무리됐다. 도로가 누더기처럼 변했다. 운전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외버스 운전자 장모(55)씨는 “몇 번이나 건의를 하고 나서야 겨우 해결이 됐다”며 “아직도 도로 위로 5㎝ 가량 솟아오른 맨홀은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살펴본 구간에서 아직도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발견됐다. 천안 신방동 휴먼시아아파트(공사 중)에서 KTX천안아산역 방향 우회도로 초입과 우회도로가 끝나는 구간에는 커다란 웅덩이가 그대로 방치됐다. 두 곳 모두 곡선도로에 위치해 운전자들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사고위험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특히 오토바이의 경우 자동차보다 위험 가능성이 높아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더 큰 문제는 파손된 도로 때문에 사고가 나거나 차량이 파손돼도 보상을 요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아산에 사는 안형식(34)씨는 “얼마 전 바퀴가 웅덩이에 빠져 타이어가 파손됐는데 어디에 보상을 요구해야 할 지 몰라 자비로 수리를 했다”며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더 큰 사고가 날까 조바심이 크다”고 말했다. 안씨는 “사고발생 후 보상 문제를 논하는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국토청 “연말 완공 참아달라”

확장공사를 맡고 있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올 연말이면 공사가 마무리된다. 그 때까지 기존도로를 보수하는 방식으로 운전자들의 불편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도로 확장을 하면서 파손된 기존도로를 새로 포장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확장을 앞두고 대대적인 포장공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전국토청 관계자는 “도로파손에 대한 민원이 많아 수시로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며 “천안시, 아산시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확장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적인 보수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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