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간 ‘로시이스카야 가제타’ 등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 권위의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18일 페렐만을 ‘밀레니엄 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10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이 상은 클레이 연구소가 2000년 푸앵카레 추측을 포함한 수학계의 7대 난제를 푸는 사람에게 주겠다며 제정한 것이다. 페렐만이 최초의 수상자가 된 것이다.
제임스 칼슨 연구소장은 “페렐만은 100년 이상 수학자들이 매달려온 과제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칼슨은 페렐만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시상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페렐만은 자신의 공적을 인정해 준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6월 초 파리에서 열릴 예정인 시상식에 참석할지에 대해선 답을 주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페렐만은 2006년에도 푸앵카레 추측을 푼 공로로 수학 분야의 노벨상 격인 ‘필즈 메달’ 수상자로 결정됐으나 수상을 거부했다. 푸앵카레 추측은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기한 위상 기하학 문제다. 세계의 수많은 학자가 이 추측을 증명하는 데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2002년 미국에서 연수 중이던 페렐만이 해법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세기의 업적을 학술지에 게재하는 대신 인터넷에 올려놓고선 홀연 종적을 감췄다. 그 뒤 몇 년에 걸친 수학자들의 검증 끝에 페렐만의 해법이 옳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에 따라 국제수학자연맹(IMU)은 2006년 그에게 ‘필즈 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페렐만은 “나의 증명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됐으면 그만이며 더 이상 다른 인정은 필요없다”며 상을 거부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집 근처의 숲으로 버섯을 따러 갔다.
페렐만은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의 낡은 아파트에서 노모와 함께 살며 수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언론은 물론 외부와의 접촉도 피하고 있다. 이번에도 밀레니엄 상 선정 소식을 들은 이웃 주민들이 축하하기 위해 페렐만의 아파트로 몰려 갔지만 그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5년 전 페렐만은 자신이 근무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를 그만두고 실업자가 됐다. 이후 자신과 어머니의 연금으로 힘겨운 생활을 해오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페렐만이 겨우 먹는 것을 해결할 뿐 병원가기도 힘든 정도의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이웃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페렐만은 이번에도 상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는 금욕적 생활을 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