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가십성 기사' 비중 낮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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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소 일간신문 정치면을 읽다 보면 가십성 기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가십성' 이라는 판단의 기준이 다분히 주관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정보의 가치 면에서 주변부에 속하는 개인의 신변잡기에 대한 내용이라고 정의한다면 이에 해당하는 기사들을 가려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정치인들의 동정과 발언을 전하는 기사를 들 수 있다. 정권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권력구도의 변화 및 차기 대선주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러한 기사들은 더욱 늘어나는 듯하다.

지난주에는 총리해임안 처리 과정의 파행을 둘러싼 뒷얘기까지 더해져 정치 기사에 상당한 지면이 할애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이총재 주도권 굳히기 이미지 변신' (4월 30일 3면)이나 'JP, 사람 감정이 제일 어렵다' (같은 날 4면), '우리 힘 봤지' (5월 3일 4면) 등은 가십성 기사의 전형적인 예로서, 과연 이러한 기사들이 독자에게 어떤 유익한 정보를 줄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또 'DJ는 차기 낙점 늦출텐데…' (4일 5면)의 경우엔 내용 대부분을 '관계자' '측근' 등과 같이 불분명한 정보원의 발언에 의존해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물론 정보에 부여하는 가치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획일적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갖는 영향력으로만 따지자면 정보가치가 낮다고 얘기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이들 정치인의 행보와 발언이 권력게임의 당사자들과 그 영향을 받는 일부 관계자들 외에 일반 국민들에게 어떠한 정보적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신문, 경제기사 가장 많이 읽는다' (2일 25면)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국민들은 신문에서 경제기사를 가장 많이 보며, 그 이유는 개인적인 이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보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치기사는 관심도에서 스포츠.연예.사회.환경기사에 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의 입김이 일상생활에 깊숙이 스며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다른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정치의 현실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정치기사로 개인적 정보가치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독자의 요구와 관계없이 지면을 낭비한다는 문제점 외에도 민주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합리적인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가십성 기사의 해악을 찾을 수 있다.

이것과는 대조적으로 '국가채무' 를 다룬 기사(3일 5면)는 여야간 쟁점을 비교분석하고 전문가 해법까지 소개해 정치활동과 여야 정쟁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기사로 평가된다.

우리의 정치면이 정책경쟁과 수준 높은 정치활동에 관한 기사로 채워질 수는 없을까□ 정치기사의 내용이 한 사회의 발전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면 제대로 된 정치면을 꾸밀 수 있는 것도 각 구성원의 몫임에 분명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기획기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단신에서는 얻을 수 없는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을 살리자' 시리즈 2부는 1부의 총론적 문제제기에 이어 부산(4월 30일), 경기(5월 2일), 대구(4일)등 각 시.도의 과제와 청사진을 소개해 국민적 이슈로 함께 고민하게 만든 바람직한 기획물이었으며 과감한 지면 할애도 돋보였다.

李 善 姬 <이화여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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