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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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어린 나뭇잎에 걸친 햇살이 환한 푸름을 재촉하는 오월. 어느 시인은 지금 눈 앞의 이 계절을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고 노래했음을 우리는 안다. 지난 계절 아프게 진 낙엽이, 싸늘하게 식어가던 햇살이 그리움으로 이렇게 좋은 계절을 불러들인 것인지 모른다.

이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와 자식, 형제와 부모들에 대한 선인들의 그리움을 불러 모은 책이 이 신간이다. 열세살난 어린 아들을 땅에 묻으며 절절한 슬픔을 삭이는 고려의 대학자 이규보의 글부터 정약용.박지원.이건창 등 조선말기까지의 명문장가 35명이 망자(亡者)에 대한 그리운 정을 담은 글 43편을 원문과 함께 실었다. 먼저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이 진득진득 묻어나는 이 글은 '국역(國譯)의 모델' 이라 할 만큼 번역이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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