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왜 불법입국 시도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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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왜 위조여권을 가지고 일본에 입국하려 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너무 뜻밖이기 때문이다.

처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외교가에서는 입국 목적을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다. 그가 간첩활동 등 특별한 임무를 띠고 올 리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처음에는 망명설까지 나돌았다. 그와 함께 온 네살짜리 남자 어린이가 아들로 추정되는 등 네명이 가족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위조여권을 가지고 어린이까지 데리고 온 것을 보면 상당히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 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일본의 정보기술(IT)관련 산업을 시찰하기 위해 입국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가 북한의 IT정책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망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정남은 올 1월 金위원장이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할 때 수행하면서 중국의 IT 산업체들을 시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金위원장이 후계자 교육을 위해 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게이오대 교수(한국.북한정치론)는 "김일성(金日成)전 주석도 그랬듯이 내년 2월에 환갑을 맞는 金위원장이 후계체제 만들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며 "김정남이 일본에 대한 견문을 넓히려는 목적에서 왔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김정남의 위조여권에는 지난해 10월과 12월에도 입국한 기록이 남아 있다. 따라서 위조여권의 수에 따라선 수시로 입국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같이 일본을 안방 드나들 듯 입국하면서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꼬리가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어린애와 여성 두명을 데리고 입국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남의 입국 목적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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