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중국기업들 덕에 상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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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중국 반환 후 본토의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에 치여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됐던 홍콩 증시가 중국 기업들이 몰려오면서 덩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홍콩의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해 말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모두 1천6백80억달러로 전체(6천2백30억달러)의 2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말의 16%는 물론 1999년 말의 21%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SFC 관계자는 "10년 전 중국기업의 홍콩증시 비중은 사실상 제로였다" 며 "본토 반환 후 중국 기업들의 홍콩 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대외 금융창구로서의 홍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방증"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은 1990년 이후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1천7백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에는 중국 최대의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와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 등이 홍콩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수십억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90년대 초반 아시아에서 일본.싱가포르 등에 이어 4위였던 홍콩 증시는 지난해 말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증권거래소로 떠올랐다.

증시전문가들은 "대(對)중국 직접투자의 위험을 줄이는 한편 외국자본의 유출입이 자유롭고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게 홍콩 증시의 최대 장점" 이라며 "아시아권에선 비 일본계 기업의 최대 자금조달처로 부상할 것" 으로 전망했다.

상하이를 아시아 최대 증시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이지만 '동방의 진주' 홍콩으로 몰리는 중국 기업들의 발길을 돌려놓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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