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서울] 이면도로·주택가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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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주택가. 보도 폭이 너무 좁고 곳곳이 파여 있다. 울퉁불퉁하거나 경계석이 떨어져나간 곳도 많아 주민들이 발밑을 살피며 조심해서 걷고 있다.

공사를 한 뒤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보도블록이 떨어져 나간 곳을 시멘트로 대충 메우기도 했다. 차도나 보도와 높이를 맞추지 않은 하수구 덮개가 튀어나와 있어 밤중에는 보행자들이 걸려 넘어질 위험도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보도 일부분을 완전히 철거한 채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 동네에 사는 이숙영(35.주부)씨는 "자동차를 위해 도로는 넓히면서 보도는 관리하지 않아 걸을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고 불평했다.

각종 시설물들이 발길을 가로막는 서울 거리. 보도는 울퉁불퉁하고 누더기처럼 변한 곳이 많다. 보행자가 뒷전으로 밀려난 서울의 거리를 걷기 편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대로 사정이 나은 대로변이나 새로 시공한 보도도 적은 예산과 공사 편의성만을 중시하는 바람에 비슷비슷한 모습이어서 도시의 미관을 획일적으로 만들고 있다.

◇ 대책=서울시는 돈화문길 등 시내 20여곳을 '걷고 싶은 거리' 로 조성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차도를 좁히고 보도 폭을 두세배 늘려 보행자들에게 보다 넓은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도블록도 점토벽돌 등 재질을 고급화하고 색상을 넣어 보기 좋게 꾸민다. 가로수 등 녹지대를 만들고 멋진 디자인의 벤치도 설치해 걸으면서 주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시민들이 편안히 앉아 쉴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만으로는 서울의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에 역부족이다. 시범적으로 몇 곳만을 수선하는 것일 뿐 이면도로나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에 급급해 보도 개선을 졸속으로 시행할 경우 수십년 동안 변천해온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오히려 도시 풍경을 낯설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보행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 추진하면서 지역별로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 지역특성을 살린 보행자 거리를 꾸밀 것을 권한다.

일본에서는 지역 환경을 개선할 때 주민협의체에 거리 컨셉트와 디자인 등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자연 친화적이며 아이들에게 안전한 보행 공간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보기좋은 보도와 지역 고유 문화가 반영된 거리로 탈바꿈하는 이유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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