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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걸린 리모델링 완료 … 서울대치과병원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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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년 역사의 서울대치과병원이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환자 중심’ 병원으로 거듭났다. 소아치과 진료실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밝은 색채로 꾸몄다. [서울대치과병원 제공]

당뇨·심혈관질환자 위한 임플란트센터 갖춰

우선 외관이 달라졌다. 지하 1층, 지상 8층의 본원 건물을 전면 리모델링하고 지하 4층, 지상 3층 규모의 진료 지원동을 새롭게 건립했다. 전체 면적이 4만㎡로, 공사 전보다 1.7배 확장됐다. 국내 최대 규모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리모델링 전 미국·유럽·스위스 등 해외 유수의 치과병원을 벤치마킹한 후 ‘환자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병원에 들어선 환자는 진료부터 퇴원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짧다. 수십 년간 치과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해 환자가 가장 많이 찾는 과들을 1층에 배치했다. 2층 이상에 자리 잡은 진료과는 엘리베이터 이외에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특히 리모델링 후 환자가 주체가 된 ‘원스톱’ 진료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잇몸수술·보철(틀니 등)·교정 등 여러 진료과와 협진이 필요한 치료는 교수통합진료센터를 통해 치과의사가 환자를 찾아 모든 치료를 진행한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최근 늘고 있는 임플란트 시술을 전담하기 위해 임플란트진료센터도 만들었다. 5개의 수술실과 3개의 진료실을 갖춘 이곳에선 한 달 평균 500여 건의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하다.

임플란트진료센터 이용무 센터장은 “치과 임플란트는 이식 후 사후 관리가 잘 돼야 1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며 “환자 치료 완료 후에도 주기적으로 정기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플란트진료센터는 당뇨병·심장혈관질환 등이 있어 시술이 어려운 환자나 임플란트 재수술, 잇몸 뼈 이식이 필요한 어려운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

구강암·얼굴 기형 등 고난도 수술도 경쟁력

서울대치과병원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치과 치료 분야의 선두주자다. 입안에 생기는 구강암과 얼굴의 모양이 선천·후천적으로 기형인 구강악안면 기형 치료 분야가 특화돼 있다. 이 두 분야는 치과에서 가장 난도가 높은 치료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황순정 교수는 “혀·잇몸·입천장 등에 생기는 구강암은 암을 제거하고, 뼈를 이식할 경우 이 뼈를 살리기 위해 혈관까지 함께 이식해줘야 한다”며 “얼굴 기형은 얼굴을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것뿐만 아니라 수술 후 음식을 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고위험 환자를 위해 여러 진료과의 협진체제를 구축,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 고위험 환자를 위한 별도의 수술실·입원병동·집중치료실을 갖추고 있다.

서울대치과병원은 다양한 진료 경험을 토대로 수준 높은 연구 실적을 쏟아내고 있다. SCI(Science Citation Index, 과학·기술 논문 인용 색인) 등재 논문이 2007년 295건, 2008년 290건, 2009년 308건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런 실력을 알고 외국 환자의 방문이 계속 늘고 있다.

구강내과 고홍섭 교수는 “미국 하버드의대 부속병원 등 유수 의료기관의 관계자가 찾아와 진료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일본·중국·몽골·중동 등 60여 개국의 외국인이 찾았다. 그는 “치료 결과에 만족해 재차 찾는 환자도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치과병원은 2005년부터 해외에서 진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으로 구성된 외국인 환자 전담 진료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시차를 고려해 24시간 예약 콜센터를 운영하고, 영어·일어 등이 가능한 코디네이터도 배치했다.

장애인 진료실·응급진료실 국내 유일

서울대치과병원이 국내 치과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진료실이 2개 있다. ‘장애인구강진료실’과 ‘치과응급진료실’이다.

발달장애·지적장애·뇌병변장애·지체장애·파킨슨씨병·알츠하이머병 등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환자는 대부분 치아 건강이 낙제점이다. 스스로 치아관리를 할 수 없기 때문.

치과를 방문해도 환자 특성상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치료도 힘들어 하루에 치과의사 한 명이 환자 2명을 보는 데 그친다.

장애인구강진료실에는 전신마취를 위한 특수진료실과 회복실·일반 진료실 등이 마련돼 있어 장애인을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장애인구강진료실은 적자를 보면서도 공공성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의료봉사와 다름없는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의 위탁 운영도 맡고 있다. 치과응급진료실은 치아 통증이 너무 심한 환자부터 입·턱 등이 손상돼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운영된다.

황운하 기자


서울대치과병원 장영일 원장 “차가운 이미지 벗고 편안·쾌적한 곳으로”

“서울대치과병원 하면 권위적이고 엄격해 환자들이 부담을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문턱을 낮춘 쾌적한 병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서울대치과병원 장영일(64·사진) 원장은 80여 년 치과병원 역사의 새로운 출발을 이렇게 알렸다.

제2의 개원 모토는 ‘환자 중심’이다. 규모가 큰 치과병원은 대부분 환자가 진료 의자에 죽 늘어서 치료를 받아 ‘공장’으로도 불렸다. 리모델링한 치과병원은 진료 공간별로 고급 칸막이를 설치해 치료나 상담을 받을 때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

공포의 ‘기계 소음’으로 대변되는 치과의 차가운 이미지도 없앴다.

장 원장은 “치과 진료는 치료 후 외관상 보이는 아름다움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서울대치과병원도 치료와 예술이 접목돼 내 집처럼 편안한 진료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진료실과 대기실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초록색·오렌지색 등 밝고 따뜻한 색채로 꾸몄고, 통로와 대기실 곳곳에 미술품을 전시했다.

소아치과 진료실에는 모니터를 설치,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여줘 공포심을 떨칠 수 있게 배려했다.

이외에도 치아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는 치아건강정보관, 구강 위생용품 전시실, 가족 휴게실, 치료 후 화장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룸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했다.

장 원장은 고령화 사회에서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것은 평균 수명이 짧았던 옛말입니다. 장수 국가 노인들은 치아가 건강합니다.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의 바로미터인 치아를 챙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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