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정치] 2년째 농사 짓는 ‘강태공’ 강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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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재섭(사진)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강태공’으로 불리곤 했다. 낚시를 드리우고 때를 기다렸던 중국의 강태공과 유사한 정치 스타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2008년 7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6개월 동안 강태공처럼 살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 그의 손에 농기구가 들려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구미동 주택단지의 주민 20여 명과 함께 인근 공터 1320㎡를 직접 일군다. ‘협동농장’을 가꾸는 셈이다. 그는 23일께 밭갈이를 할 예정이다. 상추·고추·옥수수·토마토·가지·호박 등을 심을 생각이라고 한다. 지난해엔 배추·무를 심었다. 그중 배추 1500포기를 수확, 한나라당 여성위와 성남 장애인 시설에 보냈다.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지만 “엊그저께 심은 게 뾰족 싹이 나는 게 신기하더라. 조금만 소홀하면 잡초가 무성해진다. 농사는 항상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고 한다. 그에겐 소도 한 마리 있다. 지난해 200여 만원을 주고 샀다. 측근들에게 “내가 직접 키우진 못해도 내 소를 가지면 축산농가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북의 한 축산농가에서 대신 기르고 있다.

강 전 대표는 여전히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가까운 인사들과 꾸린 모임인 ‘동행’의 행사를 챙기는 정도의 외부 활동만 하고 있다. ‘동행’은 다음 달 7일 창립 1주년 기념세미나를 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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