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 싫어, 흉악범과 같아 … 50명 중 1명 “이름 바꿀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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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최근 10년간 전체 국민의 50명 중 한 명꼴이 이름을 바꾸겠다고 법원에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개명신청서를 낸 인원은 84만4615명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73만277명이 이름을 바꿔 허가율은 86.4%을 기록했다. 2000년 3만3210건에 그쳤던 개명신청은 지난해만 17만4902건이 접수됐다. 개명신청이 최근 급증하게 된 것은 2005년 11월 대법원이 범죄를 숨기거나 법적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허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뒤부터다. 2000~2005년 80% 안팎이던 허가율이 2006년 90%를 넘어섰고, 지난해는 93%를 기록했다. 올 2월 현재 3만2800여 명이 이름을 바꾸겠다고 신청서를 냈다. 이 추세라면 올해 개명신청자는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대법원은 예상한다.

개명신청을 한 이유론 ▶놀림을 당하거나 ▶이름으로 성별 분간이 어려운 경우 ▶성명학적으로 좋지 않은 경우 등이 주로 꼽혔다. 최근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같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흉악범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개명신청을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대체로 허가가 났다고 한다. 2006년 이후 한글 이름을 한자 병기가 가능한 이름으로 바꾸겠다고 신청한 인원도 상당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개명은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본인과 부모 등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을 첨부해 신청하면 된다. 성인은 물론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법원은 2∼3개월 내 신청자에게 범죄·신용불량 상태 등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는지 등을 따진 뒤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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