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MD는 방어용"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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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국방대학 연설에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과 핵무기 감축에 관한 기본 구상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밝힌 구상의 골자는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까지 포함하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되 핵무기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폐기한다는 것이다.

◇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제=미국은 이같은 기본 구상이 "탈냉전시대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연설제목도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구상' 이었다.

미국이 이처럼 '평화' 를 강조하고 나선 데에는 미사일 방어체제 강행에 대한 핵대국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미사일방위(NMD)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는 어디까지나 '방어형' 전략으로 '공격형' 핵무기는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을 몇시간 남겨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러시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 연설에서 핵무기 감축의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이번 연설이 미국 안보전략의 기본틀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또 1972년 러시아와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파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협정 파기를 발표했다가 러시아는 물론 유럽 동맹국들의 반발마저 불러올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ABM조약을 폐기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이 현재 직면한 위협은 소련이 아니라 불량 국가들의 미사일 발사와 우발적인 미사일 발사" 라고 답변해 폐기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 동맹국 설득=부시 대통령은 또 이번 구상이 미국만이 아니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두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을 하루 앞둔 30일 전통적인 유럽.아시아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NMD체제의 조기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이 30일 전화를 걸어 미국의 입장을 설명한 정상들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장 크레티앵 캐나다 총리와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 다섯명이다.

뉴욕 타임스는 1일 부시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취임 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대해 일방적으로 불이행 선언을 했다가 유럽을 포함한 우방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경험이 작용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NMD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첨단 군사장비 배치를 위한 영토 등을 제공할 수 있는 동맹국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영준.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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