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신입생 '한자문맹'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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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대 신입생 상당수가 중학 수준의 기초한자도 못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대학국어' 수강생 2천여명을 상대로 치른 한자(漢字)독해시험 결과다.

교과서에서 미리 범위를 지정해준 뒤 다섯개의 지문을 골라 거기에 적힌 1백3개의 한자단어에 음을 다는 테스트였다. 41명이 치른 한 강의실 답안지를 샘플 분석한 결과 '시도(試圖)' 와 '조직(組織)' 을 읽지 못한 학생이 61%(25명).56%(2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체(代替)는 46%(19명)▶이행(移行)은 37%(18명)▶진전(進展)은 32%(13명)▶특정(特定).관계(關係).탐구(探究).습관(習慣)은 27%(12명)가 틀리게 답하거나 답을 적지 못했다.

'목(目)' 과 '자(自)' 를 구별 못해 목표(目標)를 '자표' '자율' 로 쓴 학생도 세명 있었다. 5명은 의의(意義)를 '의미' 로, 세명은 진실(眞實)을 '진리' 로 읽었다.

독자(讀者)를 '필자' 로, 수학(數學)을 '한학' 으로, 현명(賢明)한 지도(指導)를 '선명한 진도' 나 '분명한 시도' 로 읽은 학생도 있었다.

국어국문과 송기중 교수는 "수능시험에만 맞춰 공부하다 보니 대학에서 필요한 기초학력을 못 갖춘 경우가 태반" 이라며 "학문용어나 일상생활에 한자어 비중이 여전한 만큼 방치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대학측은 내년부터 전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국어학력을 측정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방침이다.

이번 시험은 "학생들이 교과서를 못 읽어 수업이 안된다" 는 교수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치러졌다.

한편 만점을 맞은 학생은 41명 중 한명 뿐이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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