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 연 6%가 며칠 새 1%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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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은행의 환율연동 예금에 가입했던 고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여름 은행들이 틈새상품으로 내놨던 환율연동 예금엔 약 2000억원이 가입돼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 7월 판매한 'KB리더스정기예금 원-달러 환율 1호'는 연 6%에 달했던 수익률이 지난달 29일 연 1%로 급락했다. 이 상품은 6개월간 달러당 원화환율이 1223.2~1125.2원이면 연 6%를 보장하고 한번이라도 벗어나면 연 1%만 주도록 돼 있는데 이날 환율이 1119.5원으로 마감됐기 때문이다.

8월 30일 설정된 'KB리더스정기예금 원-달러 환율 2호'도 연 7.5% 금리를 주는 환율 하한선이 달러당 1114.5원이어서 자칫 이자를 아예 못 받거나 연 1%만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하나은행이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판매한 환율연동 예금도 환율이 1100원대에서 움직일 경우 연 5~8%의 금리를 주지만 벗어나면 가입 6개월 뒤 원금만 돌려받는다. 외환은행의 '베스트초이스환율연동정기예금 안정하락형'도 환율이 1101.84원 아래로 떨어지면 수익률이 '0'이 된다.

반대로 신한은행의 '환율연동정기예금 3차 하락형'에 가입한 고객들은 환율 하락 추세가 조금 더 지속되면 연 7%의 고금리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 상품은 오는 16일 달러당 원화환율이 1165.9원 아래로 떨어지면 연 7%, 떨어지지 않으면 연 1%의 금리를 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환율 변동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예상 변동 범위를 줄이고 금리를 높인 상품을 많이 내놓았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중도환매 수수료가 없더라도 수익률이 활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내에 달러가 많아지면서 규모가 크게 늘어났던 외화예금도 원화 환산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현재 은행들이 파는 1년 만기 외화예금 금리는 평균 연 2.1% 수준이다. 하지만 외화예금은 달러로 예금하고 달러로 이자를 받기 때문에 원화로 바꿀 경우 환율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진다.

지난달 29일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전인 9월 말(1151.7원)보다 2.8% 하락해 환차손을 감안한 외화예금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15일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221억4000만달러에 달한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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