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학 세계화' 첫 돌 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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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바둑이란 무엇일까. 바둑을 둘 때 인간의 정신은 어떤 식으로 작용하며 두뇌의 정보처리와 기억은 어떤 패턴을 보이는 것일까. 바둑은 인간이 개발한 최고의 지적 게임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바둑의 많은 것은 아직 안개 속에 묻혀 있다.

한쪽에선 바둑의 예도(藝道)정신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선 두뇌스포츠인 바둑을 올림픽 종목으로 만들기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명지대 바둑학과가 삼성화재와 세계사이버기원의 후원을 받아 오는 11~12일 이틀간 명지대 용인캠퍼스에서 '바둑학' 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는 제1회 국제바둑학 학술대회를 연다.

학과장인 정수현 교수(프로9단)는 "지난 1백여년간 서양에의 바둑 보급은 일본이 담당해 왔으나 이제 걸음마를 뗀 바둑의 학문적 연구는 세계 최강 한국이 주도한다는 사명감으로 이번 학술대회를 열게 됐다" 고 말한다.

예상외로 많은 외국의 연구자들이 논문발표를 희망하는 바람에 심사위원회에서 18개국 27명의 참가자를 선정했다.

바둑과 인지과학 영역에선 ▶벨기에 얀 라몬 교수의 '기계 학습이론의 컴퓨터프로그램에의 적용' ▶명지대 최일호 교수(심리학 박사)의 '체스 연구성과가 바둑연구에 주는 시사점' 등이 발표된다.

바둑기술과 전략 영역은 ^헝가리 자보 스자빅스의 '중반전 전략' ▶김정우 바둑학과 교수(이학 박사)의 '합리적 끝내기 방법에 대한 연구' 등이 있고 바둑과 문화 영역에선 ▶조흥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동아시아 바둑문화와 그 상상계적 성격' ▶미국 어네스트 브라운(철학 박사)의 '바둑을 통한 동아시아 사고패턴의 효율적 이해' ▶러시아 수학자 알렉세이의 '고대바둑이 현대과학과 경제학에 미치는 영향' 등이 눈에 띈다.

바둑교육 분야에선 ▶황형규 연변대 교육학과 교수의 '중국바둑 교육의 현재와 미래' , 바둑제도와 역사 영역에선 ▶일본 바둑박물관 관장인 미즈구치 후지오(水口藤雄)의 '호선대국제 성립에 대한 연구' ▶대만 잉창치(應昌期)바둑기금회 양유자(楊佑家)의 '應씨 룰의 과학적 원리' 등이 발표된다.

바둑 바깥 쪽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바둑 응용연구 분야에선 ▶윤영화(심리학 박사)교수의 '바둑과 치매예방의 관련성' ▶네덜란드 IT공학자 스틴의 '바둑의 웹 기반 정보저장 기술 등 여러 편이 있다.

바둑학은 이제 시작 단계다. 일례로 바둑이 아동들의 두뇌개발이나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지만 학문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학술대회 사무국장 한상대 교수는 얼마전 미국 언론에서 "바둑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생활양식이며 아동교육의 구세주" 라고 표현한 점을 예로 들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심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바둑이라는 거대한 빙산의 한쪽에 이제 막 발을 디딘 상태" 라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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