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고도성장은 단편 아닌 장편 드라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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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호 30면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 겸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

내가 개인 블로그를 연 이후 많은 독자가 칭찬과 격려를 보내왔다. 적잖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질문도 했다. 모든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많은 독자가 공통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것들을 모아 내 의견을 밝힌다.

마크 모비우스의 이머징 투자 이야기

-어느 나라·지역·업종이 유망하다고 생각하는가?
“거의 모든 이머징 마켓에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대하게 현장조사를 벌여보면 정치·경제적으로 첫인상이 좋아 보이지 않는 나라에도 기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는 중국과 브라질을 선호한다. 러시아와 인도·터키에도 많은 돈을 투자해 놓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우리는 상품 관련 종목이 좋다고 생각한다. 상품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미래도 밝아 보인다. 이머징 마켓의 1인당 소득이 늘어나 소비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가능성이 커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실적이 좋을 듯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번 금융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폭락 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을까?
“몇몇 전문가는 그린스펀의 방만한 금융통화정책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언제나 급등하거나 급락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때로는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때로는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탓이다. 다행인 점은 증시의 호황이 침체보다 대체로 길었다. 주가 상승 폭은 하락 폭보다 크기도 했다. 다른 리스크를 생각하면 제대로 규제되지 않은 파생상품 시장에 폭락이 발생할 위험이 커 보인다.”

-모비우스 당신은 한동안 말레이시아에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나라 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우리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가 말레이시아 자산을 모두 처분하지는 않았다. 얼마 전 우리는 쿠알라룸푸르에 리서치 센터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한 기업을 방문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장기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제는 아주 탄탄했다. 경제성장률 등 실물 지표들도 안정적이었다. 금융 부문도 건전한 모습이었다. 금융통화와 재정 정책은 유연했고 원자재와 소비재 등에 대한 수요도 꾸준했다.”

-동유럽 세르비아 주가가 2008년 급락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이 세르비아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맞다. 우리는 세르비아 시장에 관심이 많다.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가가 조정받는 순간이 사들이기 딱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세르비아 주식은 우리가 기회를 봐 사들이려고 하는 리스트에 들어 있다. 세르비아 증시를 좀 더 가까이 살펴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한국 조선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선박 수요가 줄어 계속 고전할 것 같은가? 아니면 올해에는 회복할 것 같은가? 둘째, 한국이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중단하면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 같은가?
“첫째, 한국 조선산업의 전문성과 기술은 높은 수준이다. 앞으로 상당 기간 글로벌 수주경쟁에서 승리할 것 같다. 중국이 아주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은 아주 큰 국내 시장을 갖고 있다. 상당히 값싼 노동력도 동원할 수 있다. 기술 수준도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조선업체들한테서 시장 점유율을 상당히 빼앗아갈 듯하다. 나는 한국 조선회사들의 미래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나 중국 조선소 건설 등에 있다고 본다.

둘째, 나는 한국 정부가 재정 팽창을 모두 중단함과 동시에 통화긴축에 나설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대신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면 점진적으로 출구전략을 실시해 돈줄을 죌 듯하다.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을 모두 뒤집지는 않을 것으로 나는 믿는다.”

-두바이 등 아랍에미리트에서 서방 회사들처럼 투명하고 유능하며 윤리적으로 수준이 높은 경영진을 갖추고 있는 기업을 본 적이 있는가?
“서유럽이나 미국의 회사들만큼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진을 갖춘 기업들이 두바이에 있다. 물론 아랍에미리트 회사들이 모두 투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찾아보면 그런 기업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신흥국가들을 포함해 모든 나라에는 투명하지도 않고 윤리적이지 않은 회사들이 꼭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회사가 투명한 곳인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꼼꼼한 조사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의 회사들을 다 조사하고 따져보는 일은 만만찮다.”

-인도에 대해 두 가지를 묻고 싶다. 첫째, 최근 2분기 동안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좋았다. 중국보다 나았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둘째, 개인적으로 인도의 발전 모델을 ‘혼돈 속의 성장’이라고 부른다. 중국과 다른 경제성장 모델이다. 인도 모델을 다른 개발도상국에 적용하는 게 더 쉬울까?
“첫째, 인도가 꾸준히 고도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유권자들이 고도 성장을 원하고 있다. 인도 정치권이 고도 성장을 추구하라는 명령을 받은 셈이다. 또 도로와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이 급증하고 있고 정부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고도 성장이 오래갈 것으로 보는 데 한몫한다.

둘째, 인도의 경제성장 모델은 아주 독특하다. 다양한 부족과 많은 종교, 복잡한 계급 구조 속에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나라의 성장 모델을 다른 나라에 쉽게 이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가 인도 모델을 함부로 선호해서도 안 된다. 이전 가능한 요소들이 있기는 하다. 열린 토론문화나 능숙한 영어 실력 등이다. 덕분에 인도가 외국의 노하우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처음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
“어떤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지 정확하게 따져보지 않고 머리를 먼저 들이대는 슬라이딩처럼 시장에 뛰어들지는 말아야 한다. 보유한 자금을 구분해야 한다. 하루하루 먹고살 돈과 두서너 해(사실 5년 정도가 좋다) 묻어둘 수 있는 돈으로 나눠야 한다. 시장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으면 자기 나라에만 투자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유한 자산 가치가 급격히 출렁거리지는 않는다. 포트폴리오 가치가 글로벌 경제와 나란히 움직이게 된다. 적립식 투자는 아주 중요하다. 매달 얼마씩 떼내 주가에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모비우스 칼럼은 그의 블로그(mobius.blog.franklintempleton.com)의 글을 번역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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