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주성 vs 함지훈’ 진짜 최고 가리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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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팀 성적과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내가 김주성이라는 최고 선수에게 도전하는 셈이다.”(모비스 함지훈)

“농구는 공격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단기전에서는 수비가 더 중요하다.”(동부 김주성)

함지훈(26·1m98㎝)과 김주성(31·2m5㎝)이 만난다. 플레이오프 최고의 매치업에 대한 농구팬들의 기대감도 크다. 함지훈을 앞세운 모비스와 김주성을 중심으로 한 동부가 20일 오후 3시 울산에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을 벌인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동부는 5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지만 6강전에서 4위 LG를 3연승으로 격파하고 4강에 올랐다.

김주성은 6강전에서 발목 부상을 딛고 LG 문태영을 압도했다. 함지훈은 이번 시즌 모비스의 공격을 이끌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받았다. 승자를 예측하기 어렵다. 김주성과 함지훈이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닮았다=김주성과 함지훈은 이번 시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평균 출장 시간에서 김주성(36분21초)이 전체 1위, 함지훈(35분37초)이 3위를 차지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경기 도중 김주성을 빼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울 만큼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라고 말했다.

포인트가드 뺨치는 어시스트 능력이 있다는 점도 닮았다. 함지훈은 정규리그 평균 4.02도움으로 이 부문 9위에 올랐다. 김주성은 12위(평균 3.86개)다. 함지훈은 어린 시절 포인트가드로 농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어시스트 감각이 남다르다. 타 팀 감독들은 “함지훈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수비를 몰아놓고 동료에게 빼주는 플레이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주성은 노련하면서도 이타적인 플레이 덕분에 어시스트가 많다.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는 “이번 시즌 KBL 초청으로 NBA(미국프로농구) 스카우트가 국내 프로농구 몇 경기를 보고 간 적이 있다. 서너 경기만 보고도 ‘한국 최고의 선수는 김주성’이라고 평가하더라”고 전했다.

◆다르다=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주성을 1순위로 선발했던 당시 전창진 삼보(동부의 전신) 감독은 드래프트장에서 만세를 불렀다. 김주성은 프로에 데뷔한 2002~2003시즌 챔프전에서 팀을 우승시켰다. 반면 함지훈은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마지막인 10순위로 모비스에 선발됐다. 루키였던 2007~2008시즌에는 팀이 9위에 머물렀다.

시작은 김주성이 앞섰지만 함지훈은 매 시즌 발전을 거듭했다. 함지훈은 “신인 때 이창수 선배에게 훅슛을 배웠고, 지난 시즌을 마친 후에는 야간 훈련 때마다 미들슛을 200~300개씩 던지며 연습했다. 골밑에서 블록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함지훈은 빅맨 치고 작은 키에 점프력도 없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공격력을 키워갔다.

공격적인 함지훈이 ‘창’이라면 김주성은 ‘방패’다. 동부의 6강전 상대였던 강을준 LG 감독은 “문태영이 30점을 넣는 선수라면 김주성은 15점을 넣어도 상대 득점을 15점 막아내기에 더 무섭다”고 평가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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