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 피플] 김원기 백두대간보전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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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 무릉계곡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원기(金元起 ·46 ·사진)씨는 백두대간 지킴이로 불린다.

1994년 지방에서는 드물게 '백두대간 보전회'라는 환경 단체를 결성하고 백두대간 보존의 필요성을 확산시킨 산파역을 해냈기 때문이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부터 등산을 즐겼던 그가 백두대간에 눈을 뜬 것은 80년대 중반 산악인 이우형씨를 만나면서 부터다.

"백두대간 보존의 중요성을 설명듣고 환경운동에 눈을 떴습니다."

金씨는 93년부터 1년여 동안 태백산∼오대산 구간을 종주하면서 환경 훼손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시멘트 회사가 석회석을 캐기 위해 백두대간의 마룻금(큰 줄기)인 자병산의 허리를 자르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때다.

업체와 관청을 상대로 한 金씨의 외로운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관청에서 공사중지를 요구하다 공무원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근거도 없는 백두대간을 내세우는 어설푼 환경운동가라는 비아냥도 여러차례 들었다.

金씨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은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동해 ·삼척 ·강릉 등지에서 20여명이 동참했다.이렇게 탄생한 것이 백두대간 보존회다.

94년 4월,초대 사무국장을 맡은 金씨는 환경부와 산림청 ·국회 등을 쫓아다니며 채석 작업중지 명령을 촉구했다.그 덕분에 채취 면적이 3분의 1정도 축소돼 현재 채석 작업이 진행중이다.

또 환경부가 지난해 백두대간의 마룻금 좌우로 7백m 지점을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백두대간 보존 대책의 계기도 됐다.

98년에는 태백시가 공동 묘지를 만들기 위해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태백시 창죽동을 파헤친다는 소식을 듣고 또다시 본격 활동에 나섰다.요즘 그는 백두대간 회장자리를 맡고있다.공동묘지 조성의 부당성을 알리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펴고있다.

회원수가 90여명으로 늘어난 것이 그에겐 큰 힘이 된다. 동해지역 초 ·중등생을 대상으로 2년째 생태체험 학교를 개최하고 양서 ·파충류 보호운동도 벌인다. 백두대간에서 올가미와 덫 등 불법 엽구류 4천여 개도 학생들과 함께 수거했다.

金씨는 "민족의 생명줄인 백두대간을 잘지켜 후세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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