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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연재 SERI 보고서] 고참의 재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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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고참 때문에 울고 웃던 기억, 없는 군인이 있을까? 기업에서도 고참 때문에 울고 웃는다. 조직의 중간계층으로 성장의 탄탄한 버팀목이 돼주면 좋으련만 높은 인건비, 낮은 적응력 등 여러 약점 때문에 내부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경우도 많다. 대한민국 기업에서 당당한 고참으로 위엄있게 살아남는 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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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과 서열을 나타내는 단어 중 ‘고참’이라는 말처럼 친근감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도 없다. 특히 군대에서 고참은 악몽의 주인공인 동시에 군대생활에서 소위 ‘꼬임’과 ‘풀림’을 좌우하는 주요 인물이다.

한때 “하느님과 동기동창” 큰소리 친적도 있지만… #고임금·저효율 눈치꾸러기로…기업들 ‘활용’고민 #‘뒷방 늙은이’ 떨치고 전문가로 거듭나 생존 길찾기 #직장의 ‘허리’ 역할, 그들은 지금…

군대생활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세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원래 고참은 일본 군대에서 고참병(古參兵) 등으로 널리 사용한 단어다. 고참의 사전적 의미는, 한자어 그대로 ‘조직에서 오래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선배나 선임자처럼 자신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서열을 내포한 단어지만, 어느 정도의 절대적 의미와 가치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선배는 자신보다 조직에 들어온 시기가 빠른 사람을 말하지만, ‘고참’은 조직에 들어온 순서보다 조직을 오래 경험한 사람을 총칭한다.

고참에 대한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보자. 주변 분들에게 들어본 고참의 추억은 대부분 안 좋은 것이다. 대부분 고참은 게으르고 복지부동의 안정감 속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고참이라는 단어 자체의 이미지가 우호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다양한 조직에 존재하는 고참을 기업 차원에만 한정해 살펴보면 ‘45세 이상의 임원이 아닌 인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량공채가 본격화했던 1980년대 후반부터 입사한 인력으로, 정년퇴직을 10년 이내로 남겨놓은 이들이다. 1980년대 후반 한 단계 높아진 처우를 받고 입사했고, 글로벌 시대를 주도할 역군으로 조직 내에서 다양한 교육의 혜택을 받았으며, IMF 금융위기 당시는 대리·과장 등 중간계층으로서 조직의 구조조정과 감원사태 등을 경험한 인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때 ‘미래의 꿈나무’로 주목받고 다양한 위기를 몸소 경험한, 소위 현재의 ‘고참’을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크게 환영하거나 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인사부분에서 부정적 측면의 ‘빅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인사업무와 관련해 다양한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고민의 중심에 고참이 존재한다.

‘그들을 어떻게 처우하고 활용해야 할지’ ‘어떻게 그들의 노하우를 제대로 후배 사원에게 전수할지’에 대한 고민은 그나마 낫다. 다수 기업의 경영자와 인사담당자들은 고참 사원을 인건비 상승의 주범, 비효율의 핵심 세력, 권위주의적 사고로 인한 소통 단절의 원흉으로 몰아가고 있다. 단언하건대, 한국 사회의 질서를 주도하고 소위 좋은 시절을 향유했던 ‘고참의 전성기’는 갔다.

왜 그들은 내몰리는가?

성장정체기의 고령화로 인한 고인건비 주범

그들이 내몰리는 이유는 자신의 책임도 있지만 전체적 사회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성장의 정체로 인해 조직이 급격하게 고령화·고직급화했다는 것이다.

고도성장기 조직을 지탱하고 그들의 선배를 임원 및 경영자 반열에 올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본인이 조직의 고급간부로 성장한 현재, 조직 성장이 눈에 띄게 정체되어 조직의 책임자나 임원으로 승진하기보다 오히려 조직의 인건비와 고직급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참의 시각으로 보면 회사에 열심히 충성해 자신의 선배들은 경영자가 되었지만 이제 그들의 순서가 된 현재의 사회나 조직 내에서의 그들의 입지는 미천한 상황인 것이다.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 및 역전현상

그들이 고참 대열에 합류하기 이전에는 사내의 다양한 고급정보는 부서장 및 일부 고참의 몫이었다. 그러한 정보를 누가 얼마나 빨리 파악하는가가 소위 정보력이라는 이름으로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됨에 따라 다양한 경영 및 전략 차원의 정보들이 하위까지 신속히 전달된다.

요컨대, 조직 내 소통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시기에서 고참과 비고참 사이의 정보 불균형과 비대칭성은 해소된 것이다. 오히려 신참 사원의 경우 다양한 매체(인트라넷·메신저)를 통해 외부 정보나 해외 정보에 대해서는 오히려 빠른 습득능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 일부 정보의 역전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단절의 원흉

고참이 내몰리는 또 한가지 이유는 더 마음 아픈 내용이다. 바로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단절하는 주범으로 인식되기 때문. 그들은 고도성장기에 조기승진한 임원급의 지시를 받아 이질적인 신세대 직원에게 지시 및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실제로 세대 간 근무태도 조사 결과를 보면 업무관, 일과 생활의 균형 등에서 고참과 신참·중고참 세대는 각각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의 고참은 조직의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강요받지만 역할 수행의 어려움으로 인해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암적 존재로 여겨진다.

홀대하면 손해인 고참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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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은 조직 구성원 간의 의사소통을 단절하는 주범으로 몰리기도 하지만 거꾸로 이들 간의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계층이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도 다양한 고민을 제공하는 ‘고참’ 인력을 홀대하거나 밖으로 내몰 수는 없다. 최근 일본 기업에서 단카이(團塊)세대의 대량퇴직으로 인한 심각한 인재와 노하우 유출을 경험하듯, 한국기업도 이제는 고참을 기업 조직의 소중한 인적자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중요한 시험대에 놓여 있다.

조직의 우선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진정한 고참’에 대한 조건 정의를 통해 그들이 더욱 생존력을 갖고 도움이 되는 인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고참의 위치와 기득권이 많이 상실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위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조직 내 단기성장 딜레마의 해결사

한국기업의 2000년대 특징 중 한 가지로 급격한 성과주의 문화의 확산을 들 수 있다. 1990년대 말의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기업은 생존을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 추진과 연공보다 성과에 근간한 인사제도, 조직문화 도입을 추진해 왔다. 성과주의 도입에 가장 열광한 계층은 바로 임원계층과 신참계층이다.

임원계층은 조직 전반에 성과 창출의 문화를 심고자 했다. 자신들도 연공적 제도에 기반하기는 했지만 엄청난 경쟁을 뚫고 임원이 되었기 때문에 고참을 포함한 부하사원의 경쟁문화 조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열망이 있었을 것이다. 한편 신참사원 역시 자신이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고 싶기에 위에서 기득권을 보유한 고참인력을 장애물로 생각했을 것이다.

성과주의문화가 조기 정착하면서 기업의 재도약에 필수불가결한 동력을 제공했지만, 급격한 문화 변화에 따라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문제점 역시 부각됐다. 경쟁 격화로 인해 조직 내 관계의 질이 저하되고 상사와 부하 간의 자발적 업무 전수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책은 바로 고참이 가지고 있다.

성과주의 문화에서도 후배사원들에 대한 지속적 지도와 멘토링을 통한 조직 성장을 지원하고 자칫 단기성과에만 몰입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에서 팀워크·솔선수범 등의 내용을 실천하는 것도 고참이 지닌 막중한 임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다가올 베이비붐 세대의 연속 은퇴의 사전학습

최근 일본기업을 보면 전후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는 단카이 세대의 대량퇴직이 진행되고 있다. 인건비는 고임금이 적용되었던 고령자의 퇴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일본기업의 가장 큰 고민과 위기의식의 출발은 일본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던 세대의 노하우가 한꺼번에 유실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일본의 연금정책과도 연계돼 퇴직예정인력의 재고용이나 정년연장 등의 조치도 적극적으로 시행 또는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베이비붐은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일본의 경우는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 계층에 인구가 집중된 반면 한국은 다음 그림에서처럼 현재 고참계층·중고참계층·신참계층 등 세 번의 고점으로 인구분포가 집중되어 있다.

그 인력이 정년에 도달하는 예상연도도 중고참세대의 경우 2017년, 신참세대의 경우 2026년께로 예측할 수 있다. 인구분포 때문에라도 현재의 고참인력에 대한 처우가 단지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행경험을 통해 향후 닥쳐올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선행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현재의 고참문제를 슬기롭게 넘기지 못한다면 향후 고참으로 진입할 후배세대의 급격한 동기저하가 예상될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이직의 증가, 조직 몰입의 저하로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고참문제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선별적 대우를 위한 바람직한 고참像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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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참의 문제를 회피와 기다림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조직의 성과를 제고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놓여있다. 그러나 고참의 중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들 전부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이끌어갈 수는 없다.

1980~90년대의 고도성장이 지속된다면 가능하겠지만 향후 기업은 성장 정체와 고령화에 직면할 것이다. 이제 고참들에게 일종의 생존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고참의 경험과 지식은 계속적인 조직의 확장을 위한 필수 자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고참 레벨은 단순한 경험을 뛰어넘는 이상의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이하의 네 가지 요인을 습득하고 실천하면 고참의 생명력과 권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생존의 보증수표’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솔선수범

진정한 고참의 첫째 조건은 바로 ‘솔선수범’이다. 다른 면에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유능한 고참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신참의 행동양식에 전파되어 업무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신참 및 중고참의 조직 몰입에도 크게 기여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참의 솔선수범이야말로 조직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기둥 역할을 한다.

이것은 부하의 행동양식을 크게 좌우하며, 고참이 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조직의 문화와 풍토로 정착하기도 한다. 솔선수범의 예로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결국 기아 타이거즈의 열 번째 우승을 만들어낸 이종범의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이종범은 1993년 프로에 입단한 18년차 고참 선수로 정규 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후 일본 주니치 드래곤스에 입단했다.

초반 좋은 타격과 주루를 선보였지만 불의의 부상 이후 활약상을 보이지 못하다 원 소속인 기아 타이거즈로 복귀한다. 급격한 체력 저하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자 2008년 은퇴를 종용받았지만 연봉 삭감을 수용하면서도 선수생활을 연장했다. 이때부터 새로운 이종범이 등장한다. 스타로서 이미지를 벗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배팅은 화려한 적시타나 홈런이 아니라 주자를 한 베이스 보내는 것에 집중했고, 타석에서는 상대 투수의 공 한 개를 더 던지게 한다는 정신으로 끈질기게 집중했다.

또 스타 이미지를 벗고 경기장에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 간다는 생각으로 기본적인 부분에서 솔선수범을 실천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기아 타이거즈는 열 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이룰 수 있었으며, 팀 내에서 고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개선력 발휘(吸收)

둘째 조건은 ‘개선력 발휘(吸收)’다. 진정한 고참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문제의식과 도전의식을 바탕으로 현상의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고참의 생존력을 저하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무사안일과 과거를 답습하려는 사고다. 고참이라는 위치는 의사결정 권한은 임원이나 경영자보다 미천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은 현상의 문제점을 가장 구체적이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위치다.

개선활동은 후배에 대한 지적 자극으로 연결돼 혁신문화 정착에 기여할 것이다. 오쿠다 히로시 전 도요타 회장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에도 ‘개선력’을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전문성 확보(消化)

셋째 조건, ‘전문성 확보(消化)’다. 바람직한 고참은 직무와 연관된 자발적 학습을 통해 전문가로 성장함으로써 후배 사원의 역할모델과 조직 전반의 학습문화 구축에 공헌해야 한다. 현재의 고참에게는 과거의 고참이 누렸던 높은 승진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 즉, 신참과 비교했을 때 역할의 차별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현실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고참이 전문가로 성장하지 않으면 그들과 차별성은 희박해지며 결국 신참·중고참과 경쟁에서 밀리고 말 것이다. 직무전문가 또는 다양한 업무경험의 축적이야말로 고참의 생존력을 제고하는 요인이다. 고참은 장기간 근무를 통해 축적한 다양한 부문의 성공과 실패 체험을 바탕으로 많은 부분을 감당할 수 있는 최고전문가로 성장할 기회를 가진다.

이런 유형이 소위 구조조정에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직무의 전문가뿐 아니라 다양한 직무의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통섭형 인재도 각광받는다.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업무가 복잡해짐에 따라 한 부문에서 전문 역량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부문의 경험 역시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부하 육성(還元)

넷째 조건은 ‘부하 육성(還元)’이다. 고참의 부하 육성 노력은 장기간의 경험을 통한 암묵지를 신참에게 전수하는 환원 과정으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아무리 고참이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그 전문성이 신참에게 전수되지 않으면 조직의 지속적 발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성과주의문화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는 항목이 바로 부하 육성 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직 내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동료나 후배를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상대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기 때문에 자발적 부하 육성을 실천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평가 기준에 ‘부하 육성’ 항목을 추가함으로써 고참의 지혜가 후배 사원에게 전수되도록 유도할 정도다.

기업에 따라서는 이런 노하우 전수체계를 제공하기도 한다. 도시바솔루션의 ‘데라코야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데라코야는 일본 에도 시대의 서당을 일컫는 말로, 사내 일정 역량 수준 이상의 고참사원에게 실질적인 업무 전수의 장을 제공하고 실제 경험에 입각한 노하우를 후배사원에게 전수하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신참사원의 지식 노하우 습득을 지원한다.

맞춤형 대우와 전문성 강화 지원으로 효율적 활용

이상과 같이 고참의 생존력을 높이고 진정한 고참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4가지 방법을 알아봤다. 고참의 활용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진정한 고참’을 차별적으로 처우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역량 수준과 위치에 따라 차별적으로 처우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제도를 구비해야 한다. 모든 고참을 대우할 수 있는 좋은 시기는 이미 종언을 고한 지 오래다.

고참의 활용도 제고를 위한 차별적 처우

고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진정한 고참에 대해서는 철저한 유지(Retention)전략을 통해 퇴직을 예방하고, 시장가치 이상의 보상경쟁력을 유지하고, 공격적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해 성과 창출을 강력하게 유도해야 한다. 이들은 향후 조직의 근간으로 활약하며 미래의 경영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하거나 보상경쟁력의 비교열위를 느낀다면 자칫 이직·퇴직 등의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이들은 단지 나이가 찼기 때문이 아니라 성과나 역량 수준에 따른 조기 발탁을 고려하고 팀장 또는 경영자 후보군으로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우수 고참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역량 수준의 명확한 정의와 전문가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전문가 트랙을 제시해야 한다. 보상수준은 시장가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해 기간 인력의 이탈과 동기 저하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연공에 따른 보상 수준 상승이 아니라 역량 수준의 상승, 역할 변화 등의 변화가 있을 때 처우수준을 변경해 주어야 한다.

반면 무능한 고참에 대해서는 직무전환·전직지원 등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능한 고참이 후배사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처우 면에서도 임금은 시장가치보다 낮게 설정하고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인건비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임금피크제 등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전문가 인력의 동기부여

앞서 지적한 인력의 차별적 운영뿐 아니라 고참이 보유한 전문역량을 효과적으로 전수하고 유지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조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고참이 보유한 전문성을 효과적으로 ‘환원’하기 위한 사내 시스템 정비가 필수다. 고참과 후배의 멘토링 및 오제이티를 강화하고 후견인제도를 공식화해 고참이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고참이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직제 및 호칭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장·대가·어드바이저(Advisor) 등 최고전문가에 대한 별도 직제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며, 특히 그러한 직제에 대해 사원들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전반적인 조직 내 전문가 우대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일반적인 관리자 중심의 경력 경로를 완화하고, 조직 내 관리자 트랙과 전문가 트랙을 구분해 관리직 승진 축소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해소하고 지속근무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기업의 인사제도가 가지고 있는 연공 요소의 타파일 것이다.

즉, 더 이상 ‘나이’는 인사 처우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님을 인식하고, 단지 신참·중고참보다 먼저 입사한 고참이 아니라 보유한 역량, 수행하는 업무 역할의 크기가 높아질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향후 고참의 시대가 다시 찾아올지 아닐지는 전적으로 고참 자신에게 달렸다.

글 배노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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