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히로시마 내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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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알랑 레네(79.사진)는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에서도 독자적인 연출 미학을 완성시킨 감독이다.

장 뤼크 고다르나 프랑수아 트뤼포가 평론가로 활동한 것에 비해 레네는 1950년대말 편집기사로 활약하며 침묵과 이미지의 영화 미학을 표현하는 창조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누보 로망의 대표작가인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시나리오를 쓴 흑백영화 '히로시마 내사랑' 은 레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59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이듬해 뉴욕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평화' 란 영화를 찍기 위해 히로시마에 들른 프랑스 여배우(엠마누엘 리바)가 일본인 건축가(에이지 오카다)를 만나 이틀간 불륜 관계를 맺는다. 그녀는 그를 통해 2차대전 당시 적군인 독일군 병사를 사랑했던 아픈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과거라는 다른 시점과 히로시마.르베르의 이질적 공간이 서로 교차하는 이야기가 당시로선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또 남녀 육체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참상이 교차하는 화면은 새로운 영상 미학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23일부터 상영중.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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