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지지”로 … 오바마의 설득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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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사진) 미국 대통령의 ‘설득의 리더십’이 결실을 보고 있다. 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에 태워 대접하거나 대통령 집무실에 불러 독대하는 등의 노력은 건강보험 개혁법안 반대 의원들을 지지로 돌려놓았다. 이에 힘입어 앞으로 10년간 8750억 달러(약 1000조원)를 투입해 건강보험을 갖지 못한 3100만 명에게 보험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은 21일께 하원을 통과할 전망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상원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 없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하원에서 상원 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뒤 개정안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상·하원을 통과한 법안을 개정하는 만큼 상원에서 과반수(51석)로 법안을 통과할 수 있는 특별조항을 삽입할 계획이다. 상원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있는 ‘수퍼 60석’이 무너진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공화당은 이런 절차가 편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오바마의 서명을 거쳐 실행된다. 오바마가 최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한 건강보험 개혁이 실현을 눈앞에 둔 것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12년 대통령 유세에서 공약했던 전 국민 의료보험의 꿈은 약 100년 만에 현실이 될 수 있다.

◆에어포스 원 설득 주효=데니스 쿠치니치(오하이오) 민주당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건강보험 결사 반대라는 입장에서 180도 돌아섰다. 오바마는 이틀 전 오하이오를 방문할 때 에어포스 원에 쿠치니치를 동승시켜 찬성을 당부했다. 쿠치니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이 얼마나 절박한 때인지 알게 됐다”며 “하원 표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원 표결에 부쳐질 건강보험 개혁법안은 지난해 12월 24일 상원에서 가결된 것과 동일한 법안이다. 쿠치니치는 상원 안이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보험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반대해 왔다.

앞서 민주당 하원의원인 댄 머페이(뉴욕), 앤 커크패트릭(애리조나), 마틴 하인리히(뉴멕시코)도 법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유에스에이투데이가 전했다. 이들은 부동표로 분류됐으나 오바마의 설득으로 찬성으로 돌아섰다. 오바마는 법안에 반대하던 스콧 머피(뉴욕), 수전 카즈머스(플로리다) 의원 등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독대하며 설득했다. 오바마는 인도네시아·호주 방문을 연기하면서까지 반대 의원 설득에 공을 들였다.

덕분에 민주당 내 반란표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과반수인 21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공화당(176명)이 전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253명)에서 38명 이상의 반대가 나오지 않아야 된다.

◆보수층 설득 위해 폭스뉴스 출연=오바마는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의 건보 개혁법안 찬성 여부가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에 출연한 건 보수층에 건보 개혁의 당위성을 홍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뉴스는 그간 보수 성향의 논객들을 등장시켜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해 왔다.

◆오바마 반대, 지지 웃돌아=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미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의 국정 지지율은 46%에 그쳤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47%)을 밑돈 것이다. 오바마의 국정 지지가 반대를 밑돈 건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의 지지율은 취임 초 68%를 기록한 뒤 하락 추세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이 짙어 오바마의 지지율 하락은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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