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전통의 맛 토대로 세계화 길 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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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한식의 뿌리부터 찾겠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세계화의 길을 모색하는 게 순서죠.”

17일 한식재단 초대 이사장에 취임한 정운천(사진) 한식재단 이사장의 목소리는 다소 들떠 있었다. 소감을 묻자 “설렌다”는 답이 돌아왔다. 촛불시위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서 물러난 지 1년6개월 만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듯했다.

전직 장관이 맡기엔 다소 작은 자리가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나는 일에 목마른 사람이며, 나야말로 이 일에 적임자”라고 잘라 말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엔 한식재단이 할 일이 빈틈없이 정리돼 있었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는 10년 이상 걸리는 긴 작업”이라며 짧은 시일에 성과를 내겠다는 성급함을 경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식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계기는.

“그동안 전국 순회강연하러 다니며 우리 음식의 맛과 역사, 얼을 찾아볼 기회가 많았다. 지금까지 모든 세계화는 서양 문화를 받아들였지만 우리 음식을 세계화하면 우리 문화와 함께 수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기회가 주어졌고 꿈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재단 규모(초기 자본금 7억원, 직원 10명)가 너무 작다는 지적도 있다.

“한식세계화란 1~2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0년을 내다보고 차분히 풀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조직으로 출발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한식세계화에 대한 너무 기대가 컸고 행사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이제는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다.”

- 전통 우리 맛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둘 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맛의 전통을 확실히 하는 게 우선이다. 수백 년 내려온 우리 음식의 역사를 전제로 해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한식을 퓨전 쪽으로만 몰아가면 이미 퓨전으로 앞서가는 일식이나 베트남 음식을 따라가지 못한다.”

- 거꾸로 한식만 남고 세계화에는 실패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다행히 최근 웰빙 바람으로 엔자임(효소) 음식과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장관 재직시절 5대 발효식품으로 지정한 김치·젓갈·간장·된장·고추장이 대표적인 엔자임 음식이다. 미국의 경우 패스트푸드 때문에 성인병이 너무 많아 골치다. 건강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자연스럽게 한식당을 가게 만들면 된다.”

- 재단이 할 다른 사업도 소개해달라.

“한식의 재료와 조리법 표준화를 할 생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식당 인증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그래야 세계의 한식당들이 함께 급이 올라간다. 한식당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글=최현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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