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협 공정경쟁심의위원 전원사퇴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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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신문협회 공정경쟁심의위원회 위원 5명 전원이 사퇴키로 한 것은 최근 신문고시와 관련된 논란으로 미뤄볼 때 다소 충격적이다.

무엇보다 이 위원회가 신문협회의 위촉으로 운영되는 독립 기구로서 자율규약을 집행하는 최고 결정기구인데다 위원들이 사회 각계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신문사 사장, 학계, 소비자단체, 신문사 발행인, 판매협의회를 각각 대표하는 위원들은 공정거래위의 신문고시가 공정경쟁심의위를 관리하는 옥상옥(屋上屋)이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자율적인 위원회를 타율로 관리하겠다는 공정위의 입장에 불만을 강력히 표시한 것이다.

정광모(鄭光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공정경쟁심의위가 무가지.경품 등에 대해 몇년간 엄하게 집행해와 소비자 대표로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며 "그런데도 공정위가 고시 부활 과정에서 공정경쟁심의위의 의견을 듣거나 참고하지 않았다" 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공정위가 말로는 신문협회에 맡긴다고 하지만 사실상 지침을 내리는 등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정위가 (갑자기)고시를 부활시킨 것은 이해하기 힘들며 이 문제는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 고 강조했다.

조용중(趙庸中)공정경쟁심의위원장은 "자율규약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 공정경쟁심의위에 대해 공정위가 신문고시에 따라 규정을 정해 감독하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공정위가 이런 식의 테두리를 정하면 공정경쟁심의위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위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으냐" 고 말했다.

더욱이 무가지.경품을 합쳐 20%로 제한했지만 산술적으로 계산이 불가능하며 고시에 따라 자율규약을 모두 뜯어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학회장인 차배근(車培根.언론정보학) 서울대 교수도 "신문고시 제정으로 심의위원들이 자율로 운영할 업무와 명분이 없어졌다" 며 "신문협회의 자율에 맡길 사항을 신문고시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 라고 우려했다.

공정경쟁심의위원의 전원 사퇴로 신문협회도 곤경에 빠졌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최고 결정기구가 없어진 셈이어서 새 자율규약을 만들 때까지 신문 판매.광고와 관련된 자율규약 활동을 벌일 수 없게 됐다" 고 밝혔다.

김기평 기자

<신문고시 일지>

2001년 2월 1일

국세청, 언론사 세무조사 방침 발표

2월 8일

공정위, 시장개선 대책에 신문 .방송사 등 포함 발표

2월 12일

공정위, 중앙.동아.조선 등 4개 일간지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

2월 28일

공정위, 초안 발표

3월 28일

규제개혁위 경제1분과위 1차회의 초안 반려

4월 4일

규제개혁위 경제1분과위 2차회의. 위원들 합의 도출 실패

4월 11일

규제개혁위 경제1분과위 3차회의. 공정위 신문고시 수정안 제출.

4월 13일

규제개혁위 전체회의. 고시안 일부 수정 7월 부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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