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2004] 지지율차 5%P 이내 접전지 17개주로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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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대선이 종반전으로 치달으면서 격전지는 오히려 늘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5%포인트 이내인 주가 플로리다.하와이 등 17개 주나 된다. 2000년 대선에서 부시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 차가 5%포인트 이내였던 주는 12곳이었다.

◆ 접전 지역 확대=양 진영은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는 상대방 지역에 선거자금과 인력을 대량 투입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플로리다.오하이오.펜실베이니아 등 3개 주다. 이 '빅3'외에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하와이주다. 지난 대선에서 고어가 18%포인트 차이로 부시를 눌러 이곳은 일찌감치 민주당 아성으로 여겨졌던 곳이다. 그러나 이달 중순 두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부시의 지지율이 케리보다 1%포인트 웃도는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당황한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최근 하와이에서 TV 광고를 시작했다.

공화당은 거꾸로 아칸소주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남부의 아칸소주는 부시 편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달 중순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이 48%로 같았다. 당초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 일찌감치 TV 광고를 중단했던 민주당은 뜻밖의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돼 있다. 이 밖에 이달 웨스트버지니아.미시간주 등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에선 양 후보가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절반을 얻지 못하거나 절반씩 나눠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 "꼭 투표하겠다"=막판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접전이 계속되자 투표율은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미국유권자연구위원회는 28일 "올해 투표율이 58~60%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민주당 허버트 험프리 후보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가 맞붙었던 1968년(61.9%)에 이어 지난 30년래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어서 전쟁 지속 여부를 놓고 국민적 관심이 뜨겁던 해였다.

위원회는 이번 대선 유권자 등록률은 27일 현재까지의 추세로 볼 때 2000년 대선(68%)보다 높은 71%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투표율 상승 가능성은 조기 투표에서도 점쳐진다. 지난 18일부터 조기 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31개 주(부재자 투표 포함)에서 등록 유권자의 11% 안팎이 투표를 마쳤다. 부동표가 많아 마지막 한 표까지 개표해 봐야 하는 이른바 '부동주'중 하나인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대드 카운티에선 등록 유권자의 14%인 15만명이 조기 투표했다. 현지 언론은 약 200만명(등록 유권자 1030만명)이 조기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선 당일까지 합하면 플로리다의 투표율은 70% 이상으로 모두 700만~800만명이 투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최대 격전지인 만큼 지난 대선보다 10% 이상의 투표율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조기 투표자는 투표 당일 시간을 내 투표할 여유가 없는 민주당 성향의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대영.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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