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노총 탈퇴한 LG칼텍스정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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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LG칼텍스정유 노조가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LG칼텍스정유는 올 7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한달여 동안 장기 파업을 벌였던 대표적인 강성 노조다. 그런 곳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간섭을 안 받겠다고 밝힌 것이다. 한때 강경투쟁의 대명사로 불리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에서 제명된 데 이은 대형 사업장과 민주노총의 결별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이제 한국의 노동운동, 그리고 노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은 심각하게 왜곡돼 왔다. 전체 근로자의 11%에 불과한 노조원들이 노동계는 물론 경제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안정된 대형 사업장에서 괜찮은 처우를 받으면서도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전투적 투쟁을 벌였다. 때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해, 때론 민주노총의 대리인으로 정치적 이슈나 경영.인사권까지 건드리며 파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한국=강성 노조'란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됐고, 국내외 기업인들은 한국을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로 생각하고 떠났다. 그 바람에 경제는 더 어려워졌고, 노조도 만들 힘이 없는 근로자들은 훨씬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내부로부터 스스로 변화의 조짐,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니 늦었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다. 얼마 전 한국노총 간부가 경기도 간부들과 함께 외자유치에 나선 것도 노동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증거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이런 변화를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강경 일변도 투쟁은 이제 한계에 왔음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려면 노동계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경제가 잘 굴러가야 일자리도 생기고, 이는 결국 근로자의 복지로 이어진다는 것을 노동계는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귀족 노조를 위한 노동운동' '투쟁을 위한 투쟁'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 노동계도 달라질 때가 됐다. 이런 변화가 확산된다면 한국 경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