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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새역모' 교과서, 반미사관· 전쟁미화도 많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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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이 저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는 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역사왜곡 외에도 '반미사관(反美史觀)에 기초해 전쟁을 미화한 내용이 많은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본지가 입수한 '새역모' 교과서의 검정통과본(전체)을 우리 역사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이 교과서는 노일(露日)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미국과의 대립의 역사' 로 해석했다는 것.

일본 교과서에 반미적 시각이 일부 들어간 적은 있으나, 반미사관을 기초로 한 역사교과서는 '새역모' 가 처음이라는 게 우리 역사학계의 평가다.

정재정(鄭在貞.서울시립대)교수는 "일본 문부성은 대미관련 부분에서 상당한 수정을 했으나 '반미사관'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 면서 "특히 전쟁을 미화하고 인종대립을 부추키고 있어 청소년이 봐서는 안될 교과서" 라고 말했다.

◇ '미국이 문제다' = '새역모' 측은 기존 일본 역사교과서가 '자학사관(自虐史觀)' 에 빠진 것은 미국 때문인 것으로 본다고 鄭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이 교과서의 반미사관은 마지막 장(章)인 '역사를 배우고서' 에 확실히 나타난다" 고 말했다.

이 장은 "일본은 외국 군대에 국토를 유린당한 적이 없으므로 독립심을 잃지 않은 행복한 나라였으나, 대동아전쟁에서 패배한 이래 변하였다" 고 돼있다. 미국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라는 것이다.

'새역모' 는 '도쿄대공습 당시 미국은 기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국제법을 어기고 소이탄으로 화벽(火壁)을 쳐 퇴로를 차단한 뒤 일반서민을 무차별 살해했다' 는 문구 등이 문부성의 지시로 삭제되자 '미군은 인구가 많은 순으로 전국의 도시를 불살랐다' 고 수정했다.

◇ '인종대립과 전쟁미화 '= '새역모' 는 노일전쟁을 기술하면서 인종대립을 부추키고 있다는 게 역사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근대국가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유색인종' 의 나라 일본이 당시 세계 최대의 육군대국이었던 '백인제국' 러시아에 이긴 것은 억압당한 민족에게 독립에의 한없는 희망을 주었다' 는 대목이 이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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