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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에서 과외·연봉협상까지 '메신저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며칠전 늦잠을 자서 출근시간에 늦은 회사원 유모(26)씨는 버스 안에서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야후의 무선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간 유씨는 바로 인스턴트 메신저(IM)서비스 버튼을 눌러 로그인(접속) 상태로 켜놓았다.

유씨는 "IM을 온라인 상태로 해 놓으면 컴퓨터에 무선으로 접속했는지 유선으로 접속했는지 구분이 안간다" 면서 "컴퓨터 접속상태가 되면 다른 직원들이 볼 때 회사에 출근한 것처럼 보여 IM을 켜놓곤 한다" 고 말했다.

인터넷 만화전문업체인 코믹스투데이에 근무하는 장병건(27)씨는 출근하자마자 디지토닷컴의 IM서비스인 '소메' 를 띄워놓는다.

"우리는 ○○업체에서 ××원에 제안서가 들어왔는데 거기는 얼마였지□"

거래업체의 제안서를 꼼꼼히 챙긴 장씨는 바로 소메를 통해 관련 업체에 있는 친구에게 글을 보냈다.

"응 거기는 우리보다 좀 비싼데…. "

이렇게 3~4곳에서 가격을 확인한 장씨는 거래업체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 며 제안서를 돌려보냈다.

1999년부터 IM을 이용했다는 장씨는 "IM을 쓴 뒤로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컴퓨터를 잘 이용할 줄 모르는 거래 관계자에게만 전화를 하게 돼 전화쓰는 빈도가 크게 줄었다" 면서 "예전엔 전화료가 6만~7만원 나왔지만 요즘엔 3만원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서울 C중 2년인 송모(14.서울 강북구 미아동)양은 매일 저녁 MSN의 IM서비스에 접속한다. 같은 시간대에 접속하는 과외 선생님에게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송양은 "IM을 이용하면 칠판에 쓰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전화로 물어보는 것보다 훨씬 공부하기가 편리하다" 고 말했다.

'잡담에서 출근도장 찍기, 과외, 업무연락, 연봉협상까지…' .

IM이 새롭게 만든 풍속도다.

채팅과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중간쯤에 해당되는 기술이라며 '10대의 장난감' 정도로 폄하되던 IM이 사람들의 생활문화를 바꾸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전하거나 채팅.파일전송.상대방의 접속확인 등을 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개인적인 대화 수단을 넘어 비즈니스 도구로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시장 분석전문업체인 가트너는 "IM 서비스는 광고와 전자상거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 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경제전문지인 '포천' 이 선정한 1천개 기업 가운데 40% 가량이 IM을 업무에 활용할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도 인터넷 인구(2천1백만명)의 약 30%가 IM을 이용하고 있으며, 올 12월께면 IM 이용자가 전체 인터넷 인구의 50%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이구환 부장은 "지난해 3월 MSN 메신저를 PC에 설치한 사람이 20만명에 불과했지만 올 3월 말 현재 지난해의 20배인 4백만명을 넘어섰다" 고 말했다.

홍보대행사인 드림커뮤니케이션은 지난해부터 직원들과 연봉협상을 IM으로 한다.

이 회사의 이지선 사장은 "우리나라 정서상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보다 IM을 활용해 얘기하듯이 연봉협상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하고 있다" 면서 "e-메일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다" 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업체인 네이버는 얼마전 자체 개발한 IM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도입한 뒤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프라인 회의를 하지 않는다.

IM으로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이 자리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 '온라인 회의' 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임준우 서비스총괄담당은 "올 한 해 동안 이용자가 큰 폭으로 늘 것으로 보여 이로 인한 생활상도 크게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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