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물부족… 해법없어 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댐 건설 계획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중단됨으로써 몇년 안에 물 부족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한 대로 댐 연계 운영을 강화하고, 지자체로 하여금 중소형 댐 건설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댐 연계 운영은 한국전력 소유 발전용 댐의 용수 공급 능력을 확충하는 게 골자지만 한전측이 전기 생산을 포기하고 건교부 요구대로 댐을 운영하려 하지 않아 마찰을 빚고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지 못한 댐 건설을 지자체가 맡는다고 해서 순탄하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 물 수급 전망〓1994년 3백1억t이었던 물 사용량은 98년 3백32억t으로 늘었고, 올해는 3백33억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공급은 94년 3백24억t에서 올해 3백36억t으로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공급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보다 낮아 2006년 이후부터 물이 부족해지게 된다. 수계별로 낙동강 주변 지역의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해 당장 올해부터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 대책〓건설교통부는 이같이 물 부족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수몰지역 주민의 반발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밀려 새로운 댐 건설은 말도 못꺼내는 실정이다. 대신 수자원 개발정책을 논란이 작은 방향으로 바꾸기로 하고, 수자원 장기계획을 새로 수립해 다음달 공청회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우선 정부 주도로 대형 댐을 건설하는 대신 물이 필요한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돼 중소 규모의 댐을 짓도록 하되 비용은 국고에서 지원하는 체제로 바꿀 방침이다. 투기 방지를 이유로 댐 후보지를 비밀리에 선정하던 기존 방식이 지자체.환경단체의 반발을 사는 만큼 일본처럼 지자체로 하여금 여론을 들어 지역 특성에 적합한 환경친화적 댐을 건설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건교부는 또 지하 댐과 강변 여과수 등을 취수원으로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지하 댐은 하천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맥을 댐으로 막아 흙속에 가둔 물을 끌어올려 사용하는 것이다. 강변 여과수는 하천 옆의 모래층을 통과해 자연 여과된 물을 저장해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것.

건교부는 올해 12억원을 들여 개발이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2003년부터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환경부는 공급 확대가 아닌 절약을 통해 물 부족을 해소하는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절수(節水)기기 보급, 중수도(하숫물을 모아 재처리해 변기.청소용으로 쓰는 시설)설치 확대, 노후 수도관 교체, 물값 인상 등을 통해 2006년까지 7억9천만t(수돗물 생산량의 13.5%)의 생활용수를 절약할 계획이다.

◇ 제대로 될까〓수요 관리를 통해 물의 사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수도 보급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계획돼야 하는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주들이 기피하고 있다. 물값을 올려 물을 적게 쓰도록 하는 방법도 있지만 물가관리에 부담이 되며, 형편이 나아지면서 물을 더 쓰는 행태를 기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

정부는 특히 현재 45%에 불과한 광역상수도의 보급률을 2006년까지 55%로 확대할 계획이다. 광역상수도 보급 지역의 물 사용량은 1인당 하루 3백95ℓ로 간이상수도 보급지역 물 사용량(1백39ℓ)의 두배가 넘는다. 결국 광역상수도의 보급 확대는 물 사용량의 증가를 가져와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유엔에 의해 '물압박 국가' 로 분류된 한국에서 이른 시일 안에 물공급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역에 따라 올해부터 물 부족으로 인해 공업.농업 및 생활 각 분야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혜경 전문위원, 차진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