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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상 핵심내용 재해석한 '고전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일반인들이 경제학 고전들을 읽기란 쉽지 않다.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지식을 주지 못하는 데다 어느 정도 경제학 소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81세인 로버트 하일브로너 교수가 5년 전에 펴낸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원제 'Teachings from Worldly Philosophy' )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비록 "읽혀지는 책을 만들어 보겠다" 고 했다지만 경제학 고전의 안내서라는 태생적 한계와, 다른 경제사상서와 달리 고전의 핵심 부분을 발췌해 소개하는 데 역점을 뒀기 때문에 그리 만만치 않다.

하지만 품을 들여 정독할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저자는 1953년 『세상을 뒤흔든 경제사상가들』(원제 'The Worldly Philosophers' )을 펴냈다.

현재까지 4백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진, 경제사상사 분야의 대표적인 스테디 셀러다.

그런 바탕 위에 40여년간의 '내공' 을 더해 다시 경제사상을 소개한 책이 바로 이 책 『고전으로…』이다.

저자가 보는 눈은 이른바 '정통파 경제학자' 와는 차이가 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서 마르크스를 위대한 경제사상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데 주저하지 않는 '특이한' 경제학자다.

이 책에서도 애덤 스미스나 케인스는 3편 「고전주의 경제학자」와 6편 「20세기 경제학자」의 한 장으로 소개하면서도 마르크스는 아예 한 편을 통틀어(4편 「카를 마르크스」) 소개했다.

정통파 경제학자들이 사회학자쯤으로 치부하는 베블런(6편 1장)을 위대한 경제사상가의 반열에 올려 놓기도 했다.

저자는 경제는 원래 정치.사회.심리.도덕.역사적 요인 등이 뒤섞인 복잡한 체계인데도, 정통파 경제학자들은 실증할 수 없는 것은 경제학이 아니라며 연구 분야를 극히 제한한다고 매우 못마땅해한다.

또 하나 이 책은 고전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에 손을 적셔볼 기회를 준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지혜를 준다는 점에서 고전은 역시 고전인 것이다.

김영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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