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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율 역행한 사학법 개정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주당이 그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학교재단의 교원 임면권을 학교장에게 넘기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등 교육 관련 3개 법의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공동 여당인 자민련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높아 이미 두달 전에 유보됐던 것이다.

특히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급진적 개혁은 화(禍)를 부른다" 며 법 개정에 반대해온 터라 민주당이 별반 달라진 내용 없이 다시 법 개정을 밀어붙이게 된 속내에 의문을 갖게 한다.

개정안은 사학재단 비리 임원 복귀 요건(현행 취소 후 2년 경과)을 취소 후 5년이 지나고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강화했으며 학교운영위의 지위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시켰다.

민주당측은 사학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사학들은 민주당 개정안이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은 채 사학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물론 사학 비리는 철저히 가려내 엄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체 사학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해 재단을 무력화시켜선 안된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학교 경영권의 핵심은 교원 인사권과 예산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학교법인의 경영권 침해면서 동시에 위헌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 교원.학부모.지역 인사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의 경우 그동안 논란 끝에 부작용 등을 우려해 자문기구로 했음에도 이를 다시 심의기구로 바꾸자는 것은 지나친 이상주의적 발상이다.

현재 중학생의 22.7%, 고등학생 55.7%, 전문대생 96.0%, 대학생의 77.2%를 차지할 만큼 사학의 비중은 크다.

일부의 비리를 빌미삼아 사학 전체의 목을 조르려 해선 사학과 교육 발전을 동시에 해치게 된다. 사학 발전을 위해선 규제 일변도로 나갈 것이 아니라 자율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그래야만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성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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