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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잘 돼서 좋지만 가족화합이 더 큰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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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천안시 봉명동의 온달네 식당 윤항진(오른쪽)·변영헌 부부. 지난해 7월 ‘중앙일보 천안·아산’ 보도 이후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조영회 기자]

소문 듣고 찾아간 집이었다. 천고 사거리에 조그맣고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는데 삼겹살, 육개장 같은 평범한 음식을 파는데 하루 매상이 200만원을 넘어서는 날도 있다 하기에….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육개장(7000원) 삼겹살(1인분 9000원)을 그럼 얼마나 판다는 말인가? 속는 셈치고 한번 가보자 했는데….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장사가 잘되게 된 이유 또한 감동적이었다.

천안·아산에서 유명인사 됐어요

“재료 좋은 것 쓰고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거든요” 뭐 대충 이런 뻔 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해 7월 어느 날 온달네 식당을 처음 찾았었다.

예상대로 “좋은 재료 아끼지 않고 많이 넣고 정성 담은 음식을 내놓고 손님에게 친절하다”는 답변. 하지만 온달네 식당을 운영하는 윤항진·변영헌 부부에게는 손님을 끄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이혼과 사별이라는 아픔을 겪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재혼한 초교 동창생 부부는 남 다른 시련을 겪었다. 결혼을 약속해 놓고 남편 윤씨가 위암선고를 받고 만 것이다. 어렵게 장만한 식당도 한 달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이후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살길이 막막했다. 문을 닫아 두었던 식당 문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 아들 둘, 딸 둘 4남매를 책임져야 하는 부부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절박함 때문에 윤씨 부부는 식당을 살리는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이런 사연이 본지에 소개된 뒤 온달네 식당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SBS 생방송투데이에 출연, 전국방송을 탔다. 15년 전에 헤어졌던 변씨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고 미국 사는 친구에게도 전화가 왔다. 목욕탕에 가면 음료수 하나씩은 돌려야 하는 유명 인사가 돼 버렸다.

손님이 두 배로 늘었어요

온달네 식당 윤씨 부부는 7000원 받는 육개장에 소고기만 3000원어치를 넣는다. 이 같은 인심 덕에 장사가 잘되던 집이었지만 기사가 나간 이후 손님이 두 배로 늘어났다. 처음엔 식당 안에서 사골을 우렸지만 늘어만 가는 손님을 감당하지 못해 식당 밖에 가마솥 두 개를 걸어야 했다.

인근 아산에 있는 모 기업 임직원들은 단체로 찾아와 가게 문을 몇 시간 닫아 달라 요구할 정도였다. 천안시는 물론 각 기관 단체에서 손님이 줄을 이었다.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예약 손님도 생겨났다.

육개장 만드는 법을 배워가려는 사람들까지 몰리면서 인근에 있는 노래방, 모텔, 복권방 업주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듣고 있다. 죽어가던 상권까지 살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윤씨 부부는 “한 번 신문에 기사가 나가고 나니 책임감 때문에 더욱 음식에 신경을 쓰게 되더군요. 주방에서 음식 만드는 꿈을 꿀 정도라니까요. 한우만 사용한다는 기사를 본 독자가 오해할까 봐 수입고기 파는 친구 집도 한 번 놀러 못 갔어요”라고 웃었다.

아이들 자신감 얻어 행복

“기사를 본 아이들이 많이 변했어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 재혼 이후 아이들이 비뚤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사가 나간 이후 더욱 살갑고 친해진 것 같아 안심이다.

4남매 모두 방학 때 식당에 나와 일을 도왔다. 공부도 열심이다. 윤씨 부부는 “돈도 좋지만 중앙일보 덕에 가족이 더욱 화목해진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윤씨 부부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중앙일보 천안·아산 섹션이 우리 같은 서민들의 삶을 많이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온달네 식당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에 모든 음식을 반값에 파는 할인행사를 벌인다.

▶문의= 온달네 식당 041-573-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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