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봄의 별미 ‘꽃밥’이 피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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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꽃이 수북이 담겨 나오는 꽃밥은 보기에도 황홀하다. 물김치는 스테비아를 넣어 만들었다. 스테비아는 설탕보다 300배나 단 맛이 나서 물김치도 달콤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한 손님을 맞을 때는 꽃으로 식탁을 장식한다. 그릇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오색의 꽃은 보기에도 좋고 은근한 향기로 식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미 식용꽃이 음식의 부재료로 사용된 것은 오래된 일. 그런데 그 온전한 맛은 어떨까. 보기 좋은 게 맛도 좋다고…. 꽃도 맛있을까? 꽃의 계절인 봄에 꽃맛이 궁금해 꽃음식을 찾아봤다.

글=서정민,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그릇협찬=정소영 식기장

꽃밥이 있는 집

꽃밥을 시키면 밥 한 공기와 꽃이 수북이 담긴 꽃밥 그릇이 나온다. 도대체 이 꽃을 어떻게 하나. 처음엔 그저 난감하다. 충북 청원군 상수허브랜드의 이상은(48) 이사는 “꽃밥을 먹을 땐 순서가 있다”고 일러준다. 맨 위에 올라 있는 큰 꽃잎은 일단 걷어서 물김치 위에 띄워 놓으라고 했다. 10여 장의 큰 꽃잎을 걷어내니, 그 아래에 자잘한 꽃과 허브의 새싹이 소복하다. 여기에 밥을 넣고, 곁들여 나온 허브 간장 소스를 가장자리로 둘러 뿌린 뒤 고추장으로 밥을 비비면 된다. 고추장에도 다진 허브가 들어가 있다. 10가지의 허브가 들어갔단다.

“자, 이제 밥을 한 숟가락 뜨고 고기 한 점을 올려놓듯 먹고 싶은 꽃잎을 한 장씩 올려서 먹어보세요.” 이 이사가 거들었다. 물김치에 걷어놨던 주황색 꽃잎을 얹어 먹어봤다. 순간 쌉쌀하면서도 매운 맛이 확 전해졌다. 이 이사는 “나스터츔인데, 끝 맛이 약간 시면서 매운 맛이 느껴지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꽃마다 맛이 다 달랐다. 선홍색 꽃잎에 노란 술을 가진 베고니아는 신맛, 연분홍 빛깔의 제라늄은 쓴맛, 흰색 스플래시 제라늄은 떫은맛이 났다. 연보랏빛의 로즈마리는 첫 맛에선 화하고, 씹을 때는 짜고 쓴맛이 났다. 꽃들도 각각 다른 맛을 가지고 있었다.

상수허브랜드의 꽃밥은 10년이 넘은 메뉴다. 관람객들에게 허브를 좀 더 기분 좋게 먹는 방법을 연구하다 꽃과 함께 비벼 먹는 ‘꽃밥’을 만들었다는 것. 어린 허브 새싹과 꽃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섬유질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이곳에선 1년 내내 꽃밥을 판다. 계절에 따라 꽃만 바뀔 뿐이다. 가격대는 1만3000, 8000, 6000원 세 종류. 고기를 추가하거나 꽃의 양이 많으면 가격이 비싸진다.

1 화이트 스플래시 제라늄. 시고 떫은 맛이 난다. 2 헬리오 트로프. 초콜릿향이 나는데 맛은 밋밋하다. 3 로즈메리. 머리를 맑게 하는 기능이 있는 만큼 화한 맛이 특징이다. 4 스위트 바이올렛. 보라색과 노란 빛의 어울림이 좋은데 맛은 밍밍하다. 5 베고니아. 선홍빛의 꽃을 씹으면 새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꽃음식 맛의 포인트는 향의 비율

꽃음식은 모두가 좋아할까? 고수 잎의 향기가 싫어서 동남아 음식을 피하는 사람이 있듯, 진한 허브 향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비위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꽃을 주재료로 쓰는 음식은 위험하다. 이에 서울 삼청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플로라의 조우현 셰프는 “꽃음식은 향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꽃음식에 관한 한 장안에서 대표음식으로 꼽히는 꽃피자를 개발했고, 꽃을 부재료로 많이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각각의 향과 맛이 식용꽃의 매력이긴 하지만 바로 그 향들이 잘못 섞이면 오히려 역할 수 있다. 꽃의 향과 질감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섞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라의 꽃피자에는 여러 종류의 식용꽃이 토핑으로 듬뿍 올라간다. 그런데 꽃의 향과 맛은 씹을 때 살짝 느껴질 뿐이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토마토 소스의 부드러운 맛과 피자 도우의 짭짤한 맛, 그리고 루꼴라(열무 잎처럼 생긴 채소)의 톡 쏘는 매운 맛이 함께 어우러져 낯선 꽃향기를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조 셰프는 “가정에서 식용꽃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 때는 다른 재료와 꽃의 비율을 10대 1 정도로 하라”고 조언했다.

꽃비빔밥 파는 곳

상수허브랜드 충북 청원군·043-277-6633
아침고요수목원 경기도 가평·031-584-7282
팜카밀레농원 충남 태안군·041-675-3636
허브향기 대전·042-274-5374

꽃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플로라 서울 삼청동·02-720-7009
꽃피자, 꽃스테이크비빔파스타
이승남의 꽃과 빵 서울 압구정동 02-516-3971
꽃으로 장식한 케이크
비즈바즈 서울 삼성동·02-6002-7777
뷔페 음식 중 펜지·장미·비올라 등으로 부친 화전(4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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