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바트 마테르' 는 "슬픔에 잠겨 십자가 곁에 울며 서 있는 성모" 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종교음악이다. 13세기 프란시스코 수도사 자코포네 다 토디가 쓴 가사에 팔레스트리나를 비롯, 샤르팡티에.페르골레시.비발디.하이든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다. 오페라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도 예외가 아니다.
로시니는 1831년 스페인의 사제 겸 국가고문 페르난데스 바렐라에게 작곡 위촉을 받았다. 처음엔 오선지를 대할 기분이 아니었다. 1830년 혁명으로 그에게 종신 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계약이 백지화돼 소송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시니와 바렐라의 친구였던 은행가 알렉상드르 아가도가 간청해, 악보를 출판하지 않는 조건으로 작곡을 수락했다. 요통으로 고생하면서 12곡 중 절반만 완성했고 나머지는 조반니 타돌리니에게 부탁, 마감시간을 지켰다. 그 대가로 받은 것은 다이어몬드가 박힌 황금 담배상자. 1833년 성금요일 마드리드 산 필리포 성당에서 초연됐다.
1837년 바렐라는 죽기 직전 파리의 음악출판업자에게 악보를 팔아넘겼다. 로시니는 약속이 깨진 것도 화가 났지만 남의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놓기가 꺼림칙했다. 그래서 네 곡을 추가로 완성한 다음 출판을 허락했다. 오늘날 연주되는 게 바로 이 10곡짜리 1841년판이다. 오페라풍의 선율이 지배적이지만 나름대로 종교적 분위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작품이다.
리처드 히콕스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코러스와 시티 오브 런던 신포니아의 1989년 녹음(샨도스)은 풍부하고 따뜻한 음색과 독창자들의 열창이 돋보인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