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성공 개항 숨은 일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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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천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은 연인원 수백만명의 땀방울이 모여 건설됐다. 공사인력은 많을 땐 하루 1만7천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그동안 칭찬보다 '엉터리 계획, 부실 설계.시공, 미완의 개항' 이라는 질타가 앞섰다. 그동안 남모르게 헌신해 온 숨은 주역 네명을 소개한다.

◇ 유한규(劉漢奎) 당시 건설교통부 서울지방항공국장〓자타가 공인하는 공항전문가였던 劉국장이 영종도 공항터를 발견했다. 헬기를 타고 점검하다 '때마침 물이 모두 나가 넓게 펼쳐진 대지' 를 보는 순간 천혜의 공항터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劉국장은 공항 배치, 도로.철도 겸용 복층 다리를 놓는 연결도로 등 공항계획을 구상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곳에 신공항 건설이 실현되자 "내 인생에 이런 공항을 지을 기회는 다시 안 온다" 며 기꺼이 국장 자리까지 내놓고 건설현장에 참여한 기술자다.

◇ 이상호(李相虎) 인천국제공항공사 건설관리본부장〓1981년 기술고등고시를 거쳐 해운항만청에서 항만을 개발하던 그를 강동석 사장이 공항으로 불렀다. 서울대 건축공학 석사, 프랑스 국립토목대 박사 출신이고 컴퓨터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기본계획.공정.설계 등이 매끄럽게 연계되고 있는지를 관리했고, 품질.안전까지 사업관리 전반을 책임진 공항건설 실무책임자 역할을 했다.

"기본계획, 종합 시운전, 시험운영이 공항건설 노하우의 핵심이다. 이제 다른 공항 시험운영, 시운전 컨설팅을 할 수도 있다" 고 할 정도로 실력이 쌓였다. 다른 공항들은 운영시스템을 첨단자동으로만 설계해 한 부분이 삐끗하면 전 시스템이 마비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인천공항은 전자동 연동화시스템과 함께 시스템별 독립운영(Fall back)도 가능하게 설계해 '준(準)자동' 으로 개항할 수 있었다.

◇ 여형구(呂泂九) 건설교통부 신공항계획과장〓신공항 건설 초기 '과다 계획, 설계 엉망, 환경 폐해' 같은 정치권.시민단체 등 여론의 뭇매를 몸으로 막았다고 한다. 예산당국자의 신공항 투자에 대한 회의를 논리로 설득한 (다른 자리로 옮긴 적이 없는)만년 신공항 과장이다.

당초 설계에 없던 교통센터를 추가했고, 한개면 충분하다는 활주로를 두개 건설했다.

건설기간 중 공사인력 등을 수송하기 위해 설계에 없던 율도부두.영종도부두를 건설하고 선박을 투입해 공사인력을 수송했다. 해안 공유수면을 매립해 도로를 건설하고 건설인력 캠프촌을 마련하느라 지자체 공무원을 수십차례 찾아갔을 정도다.

◇ 박순화(朴淳和) 산업은행 이사〓실질적인 담보가 거의 없는 신공항고속도로의 미래 현금흐름 가치를 보고 18개 금융기관을 설득해 1조3천억원의 공동대출금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기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금융가다.

정부가 투자를 미룬 고속도로를 재정적으로 추진 가능케 해 그나마 접속도로가 생겼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는 금융기관 구조조정, 참여 건설회사 부도 등으로 불투명해졌던 사업 진척이 朴이사의 설득으로 위기를 넘겼다.

더불어 '은행식' 자금관리 기법으로 당초 1조7천4백억원으로 예상되던 투자비를 1조4천6백억원으로 줄였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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