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기행] 부산 앞바다 멸치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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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대변항에서 어민들이 그물에 걸린 멸치를 털고 있다.

송봉근 기자

"어여차, 어여차. " "어여라 뒈야, 어여라 뒈야~. "

깡마른 사내 여섯 명이 박자에 맞춰 그물 잡은 손을 위로 올렸다가 힘차게 내려쳤다.

그물에 꽂혀있던 멸치들이 공중제비를 한 뒤 그물에 다시 내려 앉아 팔딱거렸다.

사내들의 얼굴.모자.가슴 등에 멸치 비늘이 달라붙었지만 멸치터는 작업은 세시간이나 계속됐다.

동해안에서 봄 멸치가 본격적으로 잡히기 시작한 4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 부두.

새벽에 나갔던 멸치 배들이 만선의 깃발을 나부끼며 항구로 들어오자 멸치횟감을 사려는 상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갈매기 한 무리도 멸치 배를 따라와 어부들의 그물 후려치는 장단에 맞춰 춤을 추었다.

해명호 선주 박상현(朴相鉉.45)씨는 "요즘 기장 앞바다에 알 낳으러 온 멸치떼가 가득하다" 며 "한번 나가면 순식간에 1백여 상자를 잡는다" 고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 봄 멸치가 가장 먼저 연안으로 붙는 대변항. 이달 초부터 봄 멸치잡이가 본격 시작되면서 포구가 시끌벅적하다.

포구에 늘어선 40여 곳의 횟집마다 주말이면 멸치회를 맛보려는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장멸치는 봄에는 횟거리로, 가을에는 젓갈용으로 유명하다. 특히 봄 멸치는 알을 가득 품고 있어 영양가가 높고 부드러우면서 구수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길이 10㎝ 정도의 멸치의 뼈를 발라낸 회를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 넣으면 입안이 멸치 향으로 가득하다.

회 멸치를 미나리.양파.양배추.배.풋고추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무친 비빔 회도 상큼하다. 멸치 구이.멸치 찌게.멸치전도 별미다.

포구에 늘어선 좌판에서 파는 멸치 횟감을 구입해가는 사람도 많다. 좌판에는 기장 특산품인 멸치젓.미역.다시마.오징어도 지천으로 널려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좌판을 앞에 두고 "기장 맬치와 미역이 최고 아인교, 헐케(싸게)줄테니 사가소" 라고 외쳐대는 최말순(67)할머니의 얼굴은 인정이 넘쳐 보였다.

동해의 길목인 대변항은 봄철 동중국해에서 쓰시마 난류를 따라 북상하는 멸치가 가장 먼저 모여드는 곳. 대변항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하면서 물살이 강해 멸치육질이 단단해 횟감으로 인기가 높다.

요즘 알에서 깨어난 새끼 멸치는 강원도 동해안까지 올라갔다가 가을에 다시 내려온다. 이 때 잡히는 멸치는 주로 젓갈용으로 쓰인다.

요즘 대변항을 무대로 조업하는 멸치잡이 어선은 30여 척. 대변항 소속 10여 척 외에 경남 마산, 경북 구룡포.강구.감포 등에서 원정왔다.

이들 어선은 새벽에 항구를 출발, 두세시간 쯤 먼바다로 나가 너비 50m, 길이 3㎞ 정도의 그물을 물 밑에 늘어뜨려 지나가는 멸치가 그물코에 끼도록 한다.

이달부터는 멸치떼가 몰려들어 하루 두차례 조업하는 어선도 있다.

대변에서는 오는 20, 21일 멸치축제가 열린다. 대변항을 찾는 관광객이 수만명에 이를 정도로 붐빈다.

대변항〓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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