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중 어업협정 '먼바다 불리 앞바다 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일 양국 대표가 한.중 어업협정에 서명함에 따라 동중국해 먼바다 조업은 다소 불리해지고 서해 연근해 조업은 유리해졌다고 요약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양쯔(揚子)강 수역 양보를 비롯해 일부 한시적인 양보를 한 점도 있지만, 중국 어선들이 인근 앞바다까지 몰려드는 상황에서 협정을 빨리 타결함으로써 중국 어선에 대한 확고한 단속권을 확보했고 장기적으로도 우리에게 유리한 점이 많아 일단 성공적" 이라고 자체 평가했다.

◇ 동중국해 조업〓제주도 남단 동중국해의 현행 조업유지수역을 넓혔지만, 중국의 요구대로 이 수역의 일부 지역에 대해 고기를 잡지 않는 시기(휴어기)를 인정했으며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양쯔강 수역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 해역에서 한국 어선은 연간 1만2천t(1백80억원 상당)상당의 갈치.조기 등을 잡았는데 앞으로 2년 동안만 조업이 가능하며 그 뒤에는 중국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1천7백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이 해역에서 조업해온 어민에게 감척지원비.실업수당 등을 지급할 방침이다.

양쯔강 수역의 어족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포기하면서 대신 백령도 인근 특정금지구역을 보장받았고 새로운 어장으로 떠오르는 북위 29도40분 위쪽의 동중국해 어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손실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역에 대한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제주도 남쪽 81해리의 이어도 카드를 고려했지만 썰물 때 높이가 수중 4.5m에 불과해 해양법상 인정이 불가능했다.

한국.일본간 중간수역에 포함되지 않아 중국 어선들이 남해, 심지어 동해까지 들어가는 길목으로 이용해온 제주도 남동쪽 북위 32도40분 지역에 대해 EEZ로 인정받은 점도 소득으로 볼 수 있다.

◇ 서해 조업〓서해의 EEZ는 그동안 양국간 어업협정이 없어 양국 어선이 조업 자제선(육지로부터 17해리)만 넘지 않으면 마음대로 조업할 수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1만2천척(44만t)이나 한국 경제수역에 들어와 조업했다.

그러나 이번 협정으로 중국은 한국의 허가를 받은 어선에 한해 최고 10만9천t의 어획량 수준으로 자체 감축해야 하며, 2005년부터는 한국 어선 규모와 같은 수준으로 더 줄여야 한다.

과도수역은 양국 어선이 2005년 6월까진 신고만으로 일단 조업하고 그 뒤에는 EEZ와 동일하게 인정받아 허가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중 양국간 EEZ가 늘어나는 셈이다.

잠정조치수역은 양국간 별도 협정이 없는한 한.중 양국간 어선에 한해 (일본 등 제3국 어선은 허가)신고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는 구역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이 수역에서도 양국은 어업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앞으로 어족자원 보호 차원에서 조업을 제한할 방침이다.

해양수산부 박재영 차관보는 "중국쪽 바다에서 조업하는 한국 어선보다 한국쪽 바다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서로 연근해의 권한을 나눠갖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에 유리하다고 본다" 고 주장했다.

◇ 문제점과 평가〓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한국측 연근해 조업에 제한을 받게 됐지만 자원이 줄고 있는 양쯔강 수역을 보장받았다. 서로 상대방 수역을 넘나드는 남획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결국 중국도 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정으로 양국이 모두 '우리쪽 바다' 라는 개념이 확실해졌으므로 어업도 우선 잡고 보자는 식에서 벗어나 자기 수역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기르고 보호하는 어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배정규 트롤선주협회장은 "양쯔강 수역 등 일부 수역과 조업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조업유지수역을 넓혔고 EEZ를 보장받게 돼 장기적으로 긍적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어민총연합 김인규 사무처장은 "중국의 시간끌기 작전에 휘둘려 황금어장인 양쯔강 유역을 잃은 것이 가장 큰 문제며 이 지역에서 고기를 잡는 피해어민에 대한 지원과 새로운 사업영역 창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효준 기자

<용어설명>

▶배타적 경제수역〓연안국이 배타적인 어로 활동과 어족 보호 권리를 갖고 외국 어선에 대해 조업조건에 따라 고기잡이(입어)를 허가하는 수역.

▶잠정조치수역〓협정에 따라 구성되는 어업공동위원회의 결정으로 양국이 조업 제한.어족 자원 보호 등을 함께 관리하는 수역.

▶과도수역〓협정 발효 뒤 4년 동안 공동 관리하되 그 뒤에는 연안국의 배타적 수역으로 귀속되는 수역.

ADVERTISEMENT
ADVERTISEMENT